[LCC 운임 논란](상) 저비용 맞나…운임 격차 줄고 유료서비스 도미노

입력 2019-01-05 08:11  

[LCC 운임 논란](상) 저비용 맞나…운임 격차 줄고 유료서비스 도미노
성수기 항공권 가격 차이 9∼16%, 외국 LCC 비해 비싼 편
'기내식·사전 좌석 지정·수화물' 유료화도 잇따라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한국에는 진정한 의미의 LCC가 없다."
말레이시아에 기반을 둔 아시아 최대 규모 저비용항공사(LCC) '에어아시아'의 토니 페르난데스 회장이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열린 자신의 출판기념회에서 한 발언이다.
페르난데스 회장은 "한국은 LCC 항공료가 비싸게 책정된 것이 문제"라며 "한국에서 LCC라고 불리는 항공사들 요금이 대형항공사들과 차별화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LCC 운영은 다른 경쟁사의 항공시장 진입을 막으려는 방편에 불과하다"며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페르난데스 회장 발언은 국적 LCC를 견제하는 외국 경쟁업체 CEO의 입장 정도로도 치부할 수 있지만, 국내 소비자 입장에서 공감되는 부분도 많다.



◇ 성수기 대형항공사와 가격 차 9∼16%
저비용항공사들은 출범 이후 가격 인상을 여러 차례 거치고, 무료이던 서비스를 유료화하며 대형항공사와 운임 간극을 점점 좁히고 있다.
여름휴가 성수기인 올해 8월 주말(3일 토요일 오전 출발) 기준으로 대형항공사(FSC)와 저비용항공사의 서울∼제주 노선 운임 차이는 얼마나 날까.
각 항공사 홈페이지와 콜센터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정상운임 기준(유류할증료, 세금 등 제외) 10만7천원, 아시아나항공 11만3천원이다.
저비용항공사인 에어부산 9만5천원, 티웨이 항공 9만7천700원, 제주항공 9만7천700원이다. 현재 특가항공권과 실속 항공권의 거의 다 매진된 상태다.
대형항공사와 LCC 가격 차는 적게는 1만원에서 최대 1만8천원에 그친다.
가격 비율로 치면 9~16% 차이에 불과하다.
지난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LCC의 추가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대형항공사보다 가격이 더 높아지는 역전현상이 일부 나타나기도 했다고 밝혔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조금이라도 싼 게 다행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외국 LCC는 정규 운임 기준으로도 대형항공사 50%도 안 되는 가격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면서 "항공운임은 항공사가 자율적으로 정하지만, 국토부에서도 대형항공사보다 20% 정도 낮춘 금액을 권고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물론 이런 항공운임 차이는 성수기를 단순 비교한 것으로 비성수기 때나 할인·특가 항공권을 잘 활용하면 국내 LCC도 매우 저렴한 가격에 이용 할 수 있다.
LCC가 대형항공사의 가격 인상을 억제해 운임 격차가 줄어들었다는 LCC 업계 분석도 있다.


◇ "무료 서비스 유료화 도미노"
LCC 출범 당시에는 무료이던 서비스가 현재는 대부분 유료화하며 소비자가 추가 비용을 부담하는 부분도 늘어났다.
제주항공은 2013년 기내식 유료서비스를 시작으로 사전 좌석 지정, 수화물 유료화를 시작했다.
공항 카운터나 예약센터(콜센터)를 이용해 발권하면 3천∼1만원의 수수료도 부과한다.
에어부산도 2008년 취항 당시 내세웠던 '무료 기내식, 사전 좌석, 무료수하물' 전략을 10년 만에 포기하고 유료로 전환했다.
이런 현상은 티웨이, 이스타항공 등 다른 LCC에도 나타난다.
현재 기내식과 위탁 수화물에 별도 비용 받지 않는 것은 진에어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진다.
LCC 업계 한 관계자는 "무료 서비스를 줄이는 것은 LCC 업계의 세계적인 트렌드"라면서 "LCC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항공사들이 줄어드는 수익을 유료화를 통해 메우는 측면도 일부 있다"고 전했다.
손님들이 불필요한 서비스에 돈을 내지 않는 등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어 좋다는 반응도 있지만, 일부는 항공사의 가격 인상 꼼수라고 지적한다.
김모(56) 씨는 "항공서비스에 익숙하지 않고 인터넷 사용이 젊은 세대보다 떨어져 콜센터를 이용하는 경우 등은 저비용항공사 운임이 '저가'가 아닐 수도 있다"면서 "특가항공권 이벤트로 반짝 싸게 보이는 효과를 주기보다는 일반 좌석 항공료를 지속해서 낮추려는 노력을 더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read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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