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개헌 성패 갈림길…日 정부·여당 '돼지해 징크스' 관전포인트
(도쿄=연합뉴스) 김정선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새해 들어 다시 한번 개헌 추진 의사를 노골적으로 밝혀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아베 총리는 4일 미에(三重)현 이세(伊勢)시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나라의 미래상을 논의할 때"라며 "구체적인 개헌안을 제시하고 국회에서 활발한 논의를 거듭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책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일 발표한 신년소감에선 그동안 자신이 정치적 과업으로 강조해온 개헌과 관련해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았던 만큼 이날 기자회견에서 어떤 발언을 쏟아낼지 관심을 받았다.
◇자위대 근거 조항 넣는 개헌안 주장
아베 총리는 2012년 12월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당시의 집권 민주당으로부터 정권을 탈환한 뒤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개헌을 목표로 한 극우 노선을 유지해왔다.
2017년 5월 '평화 헌법'의 핵심 조항으로 불리는 9조의 1항(전쟁·무력행사 영구 포기)과 2항(전력 보유와 교전권 부인)을 남겨두고 자위대 근거를 명확히 하는 내용을 추가하는 구체적 개헌안을 제시했다.
아베 총리는 헌법을 바꿔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이 열리는 2020년에 시행하겠다고 당시 밝혔다.
이후 그는 국회 연설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개헌을 강조하며 "자위대를 명기해 위헌 논쟁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베 총리는 개헌을 성사시킨 뒤 헌법 9조의 기존 조항을 고치는 '2단계' 개헌을 통해 일본을 전쟁 가능한 국가로 변신시키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집권당인 자민당은 지난해 3월 ▲자위대 설치 근거 조항 명기 ▲고등교육을 포함한 교육 무상화 ▲긴급사태조항(대규모 재해를 염두에 둔 중의원 임기 연장) 추가 ▲참의원 선거구 조정 등 4가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차원의 개헌안을 확정한 바 있다.
◇지지율 하락속 현안 첩첩산중…'돼지해 징크스' 이겨낼까
개헌이 아베 총리의 의지대로 추진될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아베 내각 지지율은 지난달 12월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서 전월 43%에서 40%로 하락했다. 지지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비지지율)은 41%로 전월보다 7%포인트 늘었다.
정부·여당은 같은달 국회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대폭 수용하는 출입국 관리·난민 인정법(입관난민법) 개정안을 강행 통과시켰지만, 여당 일각에서도 사실상의 이민정책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자민당은 같은달 10일 폐회한 임시국회에서 당 차원의 개헌안을 제시할 계획이었지만, 야권의 반발과 다른 법안을 둘러싼 여야 간 대립 등으로 이조차 이루지 못했다.
자민당 간부는 최근 일본 언론에 개헌안 심의를 위해선 여러 국회 회기를 거칠 필요가 있다며 "(올해 7월 참의원 선거 전이 아니라) 가을 임시국회에서 개헌안을 발의하는 것을 목표로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렇게 될 경우 개헌 동력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여당이 '돼지해 징크스'를 이겨낼 수 있을지에도 시선이 쏠린다.
일본에서 통일 지방선거는 4년에 한 번, 참의원 선거는 3년에 한 번 열리는데 이 때문에 12년에 한 번 돼지의 해에 선거가 겹치는 경우가 생긴다.
공교롭게도 이런 돼지해 선거에서 일본의 정부·여당은 매번 고전하며 '돼지해 징크스'에 시달려왔다.
2007년에는 제1차 아베 내각이 침몰했고 1995년에는 집권 자민당이 의석수를 33석에서 46석으로 늘렸지만, 당시 야당인 신진당이 19석에서 40석으로 급증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올해에는 4월 통일지방 선거에 이어 7월 참의원 선거가 열린다.
이 중에서도 참의원 선거는 아베 총리가 그간 숙원으로 꼽아온 개헌을 추진할 수 있을지를 결정하는 방향타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승리하면서 2021년 9월까지 총재 임기를 보장받게 됐다. 집권당 총재가 총리를 맡는 내각제의 특성상 총리직도 같이 보장된다.
견고한 내각 지지율을 유지하며 개헌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고 참의원 선거에서도 승리해야 '개헌 동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밖에 러시아와 영유권 분쟁이 있는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귀속 문제, 미국과의 무역협상, 한국과의 관계 개선 등 외교·통상 현안도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10월 소비세 인상을 앞두고 경기를 어떻게 지지할 것인지도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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