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사실 관련 최초 증인신문…MB 측 '진술 신빙성 부족' 입증 주력할 듯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횡령·뇌물수수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에서 '뇌물 혐의'의 핵심 증인인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처음으로 법정에 나와 증언한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부(김인겸 부장판사)는 9일 오후 이 전 대통령 항소심 2회 공판에 이 전 부회장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할 예정이다.
이 전 대통령의 구체적 범죄사실과 관련해 증인신문이 이뤄지는 것은 1·2심 재판을 통틀어 처음이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재판에 넘겨진 뒤 "같이 일해 온 사람들을 법정에 불러 거짓말한 것 아니냐고 추궁하는 것은 금도가 아니다"라며 증거에 대한 의견과 법리로만 혐의를 다투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때문에 1심에서는 디지털 증거의 수집 과정이 적법했는지를 따지는 과정에서 검찰 수사관을 신문한 것 외에는 증인 신문이 이뤄지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측근들의 진술을 이 전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하는 중요한 근거로 삼아 상당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에 이 전 대통령 측은 항소심에서는 적극적으로 증인을 불러 이들이 검찰 조사 과정에서 한 진술의 신빙성을 다투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첫 증인인 이학수 전 부회장은 이 전 대통령이 받는 가장 무거운 혐의 중 하나인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뇌물'의 진위를 가를 핵심 인물로 꼽힌다.
이 전 대통령이 차명 보유한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가 BBK에 투자한 돈을 반환받기 위해 미국에서 진행하던 소송 비용을 삼성에서 대신 내 줬다는 것이 혐의의 요지다.
이학수 전 부회장은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이 전 대통령의 요청과 이건희 회장의 승인을 거쳐 뇌물을 제공했다는 사실을 자백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전 부회장이 자백한 내용과 검찰에 제출한 자료 등을 검토한 결과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삼성에서 대납한 소송비 중 약 61억원을 뇌물로 인정했다.
1심 재판에서 이 전 부회장이 진술한 내용에 허점이 많다며 지적해 온 이 전 대통령 측은 이번 증인신문에서 그의 진술에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을 변호하는 강훈 변호사는 지난 2일 첫 공판을 마친 뒤 "기본적으로 이 전 부회장이 에이킨 검프의 김석한 변호사로부터 얘기를 듣고 돈을 지원했다고 하고 있다"며 "김 변호사가 대통령이 낼 돈을 (삼성이) 대신 내라고 얘기했단 것인지 자신이 대통령을 위해 쓰는 비용을 삼성에 좀 도와달라 했다는 것인지에 따라서 뇌물 여부가 판명 나므로 어떤 점이 사실인지를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11일에도 이 전 대통령의 속행 공판을 열고 '처남댁' 권영미 씨와 제승완 전 청와대 행정관 등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한다.
이들을 상대로는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자라고 인정한 1심 판단을 뒤집기 위한 변호인단의 질문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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