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커·메이와 전화 통화, 세부 내용은 함구…내주 또 접촉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이달 셋째 주에 영국 의회에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Brexit) 합의문에 대한 비준동의 투표가 예정된 가운데 EU와 영국이 논란이 되는 브렉시트 이후 국경문제 안전장치(Backstop)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5일 장클로드 융커 집행위원장이 전날 오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전화 통화했다며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계획에 대해 우호적으로 대화했다고 밝혔다.
집행위 대변인은 그러나 융커 위원장과 메이 총리 간 논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채 "두 사람은 다음 주에도 접촉하기로 했다"고만 말했다.
앞서 메이 영국 총리는 당초 지난달 11일 예정됐던 영국 의회의 브렉시트 합의문 승인투표를 이달 셋째 주 이전으로 연기하면서 논란이 되는 브렉시트 이후 국경문제 안전장치를 EU 측과 재협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브렉시트 합의문에서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 간 '하드 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 시 통행·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 별도 합의가 있을 때까지 영국 전체를 EU 관세동맹에 잔류키로 합의한 것에 대해 영국 의회 일각에서 반발하는 것을 의식한 조치였다.
브렉시트 강경파는 안전장치 종료 시점을 규정하지 않으면 영국이 계속해서 EU에 종속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영국을 제외한 27개 EU 회원국 정상은 지난달 13, 14일 열린 정상회의에서 브렉시트 합의문 재협상은 불가하다면서 다만 합의 내용을 명확하게 하기 위한 논의는 가능하다고 결정했다.
이처럼 EU와 영국 간에 국경문제 안전장치 문제에 대한 입장이 엇갈리면서 양측은 추가 조율을 진행하지 못했고, 결국 영국 의회의 브렉시트 합의문 비준 동의가 물 건너가는 게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실렸다.
EU 헌법 격인 리스본 조약에 따르면 브렉시트 합의문이 영국 회의의 비준 동의를 받지 못하더라도 영국은 오는 3월 29일 EU를 자동 탈퇴하게 된다.
이로 인해 영국이 아무런 합의없이 EU를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 의회의 투표를 2주도 남겨 놓지 않은 가운데 EU와 영국 정부가 국경문제 안전장치에 대한 논의를 시작함으로써 입장차를 극복하고 새로운 진전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EU와 영국 모두 '노딜 브렉시트 시나리오'에 대한 대비를 강화하고 있다.
EU는 지난달 19일 '노딜 브렉시트'에 대비한 비상대책을 발표했고, 영국도 분야별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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