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장관 "미-브라질 정상 간 협의 가능"…군부에선 부정적 반응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자국 내 미군기지 설치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것을 두고 논란이 확산할 조짐을 보인다고 브라질 일간 에스타두 지 상파울루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외교장관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발언을 두둔하고 나섰으나 국방부와 군부에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 3일 브라질 SBT TV와 회견을 통해 미군기지 설치를 추진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혀 관심을 끌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러시아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독재정권을 지원하면서 역내 긴장을 크게 증폭시켰다"면서 브라질에 미군의 주둔을 허용하는 문제에 관해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친미주의자로 알려진 에르네스투 아라우주 외교장관도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발언을 두둔했다.
베네수엘라 위기를 다루기 위해 소집된 리마 그룹 회의에 참석한 아라우주 장관은 전날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브라질에 미군기지 설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는 미-브라질 관계 강화 노력의 일부분"이라고 말했다.
아라우주 장관은 "브라질은 미국과 전방위적인 협력 관계를 희망하고 있다"면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미군기지 설치 문제를 협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브라질 국방부와 군부에서는 미군기지 설치 문제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국방장관 보좌관인 페르난두 아제베두 이 시우바 장군은 이 신문에 "이런 문제에 관해 알지 못하고 대통령과 대화해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은 미군기지 설치에 따른 브라질 군의 득실을 따지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고, 군 장성들도 보우소나루 대통령 발언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갖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미군 기지 설치 문제를 거론한 것은 남미지역에서 경제·군사적으로 확실한 우위를 확보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미군 기지 설치가 다른 남미 국가들의 반발을 사면서 역내 긴장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미국은 남미지역에서 브라질, 콜롬비아, 페루와 군사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콜롬비아와 페루에서는 미군기지가 운용되고 있다.
브라질은 아프리카와 남대서양에 대한 접근권 때문에 북동부 해안이 일정 수준의 전략적 의미를 갖는 것으로 평가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은 브라질 북부와 북동부 지역에 일시적으로 군사기지를 설치·운용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후 효용성이 없다며 기지를 폐쇄했다.
fidelis21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