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봉 준위 이어 아들 정한민 하사 배치…잠수함엔 첫 사례
父 "아들, 기본 충실한 승조원 되길"·子 "아버지따라 영해 철통수호"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해군 214급(1천800t급) 잠수함인 '홍범도함'에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근무해 눈길을 끈다.
해군은 6일 홍범도함에 부자지간인 정상봉(49) 준위와 정한민(24) 하사가 함께 근무 중이라고 밝혔다.
정 하사는 잠수함 기본과정을 수료하고 지난 4일 아버지 정 준위가 근무하는 홍범도함에 배치됐다. 아버지 정 준위는 이달 말까지 홍범도함에 근무하고 육상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한 달 약간 못되게 부자가 좁은 잠수함 공간에서 같이 생활하게 됐다.
해군은 "비록 함께 하는 기간은 짧지만, 해군이 잠수함을 운용한 이래 한 배를 타는 첫 부자(父子) 승조원이 탄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해군 잠수함사령부에 부자 승조원은 여러 명이 있었지만, 같은 잠수함에 아버지와 아들이 근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2017년 2월 24일 해군 부사관 254기로 임관한 정 하사의 첫 근무지는 수상함이었다. 그는 잠수함 근무 지원 조건인 수상함 근무 1년을 끝내자마자 작년 6월 잠수함 승조원으로 지원했다. 이후 6개월여의 교육·훈련을 거쳐 지난 4일 잠수함 기본과정(33기)을 수료했다.
정 하사의 아버지는 홍범도함의 기관분야를 맡는 보수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아들은 잠수함의 디젤엔진을 담당하는 추기(추진기관)사다. 아버지는 아들의 분대장과 같다.
정 준위는 잠수함 역사의 산증인이다. 1996년 잠수함 기본과정을 수료했으며 이후 20여 년 동안 잠수함부대에서 근무했다. 그중 잠수함 근무 기간만 14년이다. 돌고래함에서 4년, 정운함과 최무선함에서 6년, 손원일함과 홍범도함에서 4년을 각각 보냈다.
특히 정 준위는 손원일함 근무 시에는 인수요원으로 214급 잠수함 운용의 초석을 닦았다. 당시 8개월간 독일에 체류하면서 신규 도입 장비에 대한 교육을 받는 동시에 기술교범을 번역하고 시운전 평가서를 작성하는 업무를 맡았다.
이때 정 하사는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을 독일에서 보냈다. 독일 잠수함 제작사가 있는 킬(Kiel) 인근에서 아버지와 함께 생활하며 잠수함을 타고 싶다는 마음을 가졌다고 한다.
정 준위는 "잠수함은 한 사람의 실수로도 모든 승조원이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각자의 역할과 책임이 매우 중요하다"며 "아들이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열심히 노력해 기본에 충실하고 행동에 앞서 한 번 더 생각하는 신중한 승조원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들 정 하사는 "잠수함에 지원하겠다는 뜻은 아버지께 가장 먼저 말씀드렸는데, 어렵고 힘든 잠수함 승조원의 길을 스스로 선택한 모습이 대견스럽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울컥했다"며 "한평생 대한민국의 바다를 지켜 온 아버지를 따라 최정예 잠수함 승조원이 되어 영해를 철통같이 수호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정상봉 준위의 둘째 아들 정수민(23) 중사(진급예정)도 해군에서 복무하고 있다. 그는 수상함 음탐사로 근무하면서 아버지, 형에 이어 잠수함 승조원이 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three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