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피해 도망 사우디 10대女 태국공항 억류…"송환시 위험"

입력 2019-01-07 09:39   수정 2019-01-0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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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 피해 도망 사우디 10대女 태국공항 억류…"송환시 위험"
"돌아가면 감옥행…친척들이 날 죽일 것" SNS에 도움 호소
태국 "가족 문제여서 송환될 것"…인권단체 "난민신청 허용해야"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가족의 학대를 피해 호주로 망명하려던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10대 여성이 경유지인 태국공항에서 억류돼 강제송환될 위기에 처하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송환되면 목숨이 위험해진다"며 공개적으로 도움을 호소하고 나섰다.
7일 더 네이션 등 현지 언론과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18세인 라하프 무함마드 알-쿠눈은 전날 저녁 방콕 수완나폼 공항에서 억류됐다.
알-쿠눈은 언론에 자신은 호주로 망명하기 위해 가는 도중이었지만, 쿠웨이트 공항을 떠나 수완나폼 공항에 도착했을 때 사우디와 쿠웨이트 대사관 관계자들이 나와 위협적 언사로 여권 등 여행 서류를 빼앗아갔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AFP와 인터뷰에서 허락을 받지 않고 여행에 나섰다는 이유로 자신의 남성보호자가 당국에 신고했다면서, 자신을 육체적·정신적으로 학대해 온 가족을 떠나 도망치려 했다고 주장했다.
알-쿠눈은 "내 가족은 엄격해 여섯달 동안 나를 방안에 가두고 머리카락을 잘랐다"면서 "사우디로 돌아가면 감옥에 갇힐 것이 확실하고, 감옥에서 나오자마자 그들이 나를 죽일 것이라고 100% 확신한다"고 말했다.
사우디는 엄격한 종교적 규율에 따라 여성이 사업장을 열 때는 물론 결혼과 이혼, 여행, 교육, 취업, 은행 거래, 수술 등 사회 활동을 하려면 남성보호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남성보호자는 보통 아버지, 남자 형제, 남편, 아들 등 가족 중 남성이 맡는다.



알-쿠눈은 트위터에 공항 내 시설에 억류된 자신의 영상과 인적 사항을 올리고 "나는 살고 싶을 뿐"이라며 네티즌의 도움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아랍어로 아버지가 사우디 대사관에 자신이 정신병 환자여서 송환돼야 한다고 말했다고도 주장했다.
네티즌들은 트위터에 해시태그(#)를 이용해 관련 트윗을 공유하며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수라찻 학빤 태국 이민청장은 귀국 항공편이나 돈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결혼을 피하기 위해 가족으로부터 도망쳤고 사우디로 돌아가면 곤경에 빠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면서도 "이번 일은 가족 문제"라며 알-쿠눈이 사우디로 송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우디 대사관 측은 알-쿠눈의 부친이 대사관에 연락해 딸의 송환을 위한 외교적 도움을 요청한 것은 맞는다면서도, 대사관 직원이 공항 안으로 들어가 여권을 압류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는 AFP 통신에 "사우디 여성들은 강제로 집에 돌려보내질 경우, 일가친척들로부터 심각한 폭력을 당하거나 자유를 빼앗기기도 하고 그 밖에 다른 심대한 피해를 보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태국 당국은 강제송환 절차를 즉각 중단하고 알-쿠눈이 호주로 계속 여행할 수 있도록 해주거나 태국에 머무르면서 난민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송환되면 목숨 위험"…태국 억류 사우디 10대女의 절규 / 연합뉴스 (Yonhapnews)
sou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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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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