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 연구진 "짧은꼬리귀뚜라미 음파 진동과 비슷" 주장
![](https://img.yonhapnews.co.kr/etc/inner/KR/2019/01/07/AKR20190107041600009_03_i.jpg)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 쿠바 수도 아바나 주재 미국 대사관 직원들이 정체불명의 음파 공격을 받았다는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그 원인은 귀뚜라미 울음소리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과 영국의 과학자들이 미 대사관 직원과 가족 등 수십명에게 청력 손실과 메스꺼움, 두통, 이명 등의 증상을 초래한 음파는 바로 중남미 열대지방에 서식하는 짧은 꼬리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라는 조사결과를 내놨다고 영국일간 가디언이 6일 보도했다.
특히 이 귀뚜라미는 7kHz(킬로헤르츠)에 달하는 고주파 영역 대의 울음을 가지고 있어 사람에게 끊임없이 날카로운 떨림소리를 전달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시작해 지난 6월까지 아바나의 공관에 근무한 외교관 등 26명이 원인을 알수없는 괴증상을 앓자 그 원인을 일종의 음파 공격 때문으로 판단하고 공관 인력을 절반 이상 줄이고 미국 주재 쿠바 외교관 15명을 추방하기도 했다.
연구진은 문제의 음파를 녹음한 뒤 짧은 꼬리 귀뚜라미의 음파 진동과 비교해 아주 유사하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남미 출신의 링컨대 생물학 교수 페르난도 몬테알레그레-사파타는 "어릴 적 귀뚜라미를 잡아 방에 가둬놓고 잤는데 하루는 귀가 찢어질 듯한 소리에 잠을 깨보니 수놈이 암놈에게 구애를 끈질기게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곤충 울음소리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러한 소리가 혼란을 줄 수 있는 것은 그다지 놀라운 일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http://img.yonhapnews.co.kr/etc/inner/KR/2019/01/07/AKR20190107041600009_01_i.jpg)
이와 관련, 과학저널 '동물 행동'에는 짧은 꼬리 귀뚜라미가 건물의 벽, 콘크리트 계단, 빗물 배수관 등 인위적 시설을 앰프처럼 이용해 우는 소리를 증폭한다고 연구 결과가 나와 있기도 하다.
다만, 이 귀뚜라미가 상대방을 부르는 울음소리와 녹음된 음파가 완벽하게 일치하지는 않는 것에 대해 귀뚜라미 소리는 야외에서 녹음했고, 외교관 등에 노출된 음파는 실내에서 녹음된 차이가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귀뚜라미 소리를 확성기를 통해 건물 내부로 들리게 한 뒤 음파 진동을 측정한 결과 공관에서 녹음된 음파와 더욱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미국 펜실베이니아 의과대학을 포함한 연구진이 이상 증세를 호소하는 외교관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이 들었다고 묘사한 소리는 판이했다.
전기 숫돌에 쇠를 가는 소리 혹은 매미 소리, 또는 창문을 열고 승용차가 달릴 때 귀를 멍하게 하는 소리 등 제각기 다른 의견을 내놔 논란의 소지가 여전한 상황이다.
쿠바가 미국의 '음파 공격설'을 부인하는 가운데 그 원인에 대해 '극초단파'(microwave) 무기의 공격, 도청에 따른 후유증 등 각기 다른 추정이 지금까지 나왔다.
한편, 동물의 감각 신호 구분에 대해 연구하는 캐나다 몬트리올대학의 제럴드 폴락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실내 환경에서 울림이 있을 때 귀뚜라미가 어떻게 두드러지게 또는 일정하게 소리를 낼 수 있는가에 적절한 설명"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개인적으로 아는 한, 귀뚜라미 울음소리 때문에 청력 손실이나 이명, 메스꺼움 등의 증세를 겪었다는 사람은 보지를 못 했다며 "종종 불면증을 겪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귀뚜라미 울음소리 때문에 건강에 피해를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hopem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