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아세안센터 설문조사…5대 강국중 일본 가장 신뢰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소속 국민들은 '경제적 협력자 및 안보 수호자'로서의 미국에 대한 신뢰에 의구심을 갖고 있지만, 동남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에 대해서도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일본, 인도 등 5대 열강 가운데 일본을 가장 신뢰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싱가포르의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 산하 아세안연구센터가 아세안의 전문가, 애널리스트, 재계 지도자 등 1천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드러났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7일 보도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5대 열강에 대해 각각 신뢰 여부를 묻은 결과 '신뢰한다'는 응답률은 일본이 65.9%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유럽연합 41.3%, 미국 27.3%, 인도 21.7%, 중국 19.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률은 중국이 51.5%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미국 50.6%, 인도 45.6%, 유럽연합 35.2%, 일본 17%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전략적 협력자 및 지역 안보의 제공자'로서의 미국에 대한 신뢰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는 응답자가 68%를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에 대해서는 조사대상자의 72.6%가 '약화했다'(59.1%)라거나 '대체로 약화했다'(13.5%)고 응답했다.
나머지 21.2%는 '변함이 없다'고 답했고, '증가했다'는 응답자는 19.7%에 그쳤다.
동남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에 대해선 '양심적이고 호의적인 강대국'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8.9%에 불과했다. 반면 "동남아를 영향권에 두려는 강대국'이라며 경계하는 응답자는 45.4%에 달했다.
아울러 조사대상자의 68.4%가 미국과 중국이 동남아에서 '충돌하는 과정'에 있다고 답했다.
반면 두 강대국이 '차이를 해소하고 협력에 동의하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22.5%에 불과했다.
아세안연구센터의 탕시우문 주임은 아세안 국가 국민들이 중국에 대해 강한 경계심을 가진 데 대해 "중국이 점점 자기 목소리를 강화하는 데 대한 아세안의 우려가 지난 10년간 커져 왔으며, 현재 비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반(反)중국 정서'로 해석할 것이 아니라 동남아를 세력권으로 두려는 중국의 전술과 시도에 상당한 반발이 뒤따를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왕융(王勇) 베이징대 국제정치경제연구센터 주임은 동남아에서 강대국의 영향력이 전환되는 과정이라면서 "아세안 국민들이 중국의 영향력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해석했다.
그는 "미국, 일본, 유럽연합과는 달리 중국은 지리적으로 동남아와 가깝다"면서 "그래서 아세안 국민이 중국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먼 나라와는 친구로 지내고 가까운 나라들을 공격하라는 속담이 있다"면서 "중국은 이러한 지정학적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왕 교수는 "지역 권력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상호 신뢰를 구축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서 중국과 아세안 국가들이 공동 안보, 평등 및 정의라는 개념에 기반을 둔 지역 안보, 분쟁 해결 메커니즘 구축 등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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