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사랑하는 아내가 정신병원에 갔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한마디로 하자면 나는 내 아내를 잃어버렸고 평생 치유되지 않는 병을 앓는 환자를 얻었다. 나는 고개를 숙인 채 흐느꼈다."
조지타운대 캠퍼스에서 첫눈에 반한 이탈리아 여인 줄리아와 6년간 열애 끝에 결혼한 루카치는 '완벽에 가까운 인생'을 살았다. 그러나 그 행복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아내가 환청과 환각을 듣고 보는 조현병에 걸린 것이다.
정신 질환 중에서도 가장 악성이고 위험한 질환. 시쳇말로 '제대로 미쳤다'고 표현하는 그 병이다. 얼마나 기가 막힐 노릇이었을까.
신간 '사랑하는 아내가 정신병원에 갔다'(걷는나무 펴냄)는 이처럼 거짓말 같은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 마크 루카치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얘기를 담담한 필체로 털어놓는다.
아름답고 즐거운 일만 계속되던 어느 날 스물일곱살 아름답고 영특한 아내에게 극심한 망상증이 찾아왔다.
달콤한 신혼의 맛은커녕 아내가 평생 낫지 못할 거라는 불안감, 앞으로 가정을 어떻게 꾸려나갈지에 대한 압박감이 저자를 강하게 짓눌렀다. 자살 충동, 심한 우울증, 약물 부작용에 시달리는 아내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괴롭고 어두운 나날이 계속됐다.
갑작스러운 발병은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을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뜨렸지만, 둘의 관계는 깨어지거나 망가지지 않았다.
애틋하고 뜨거운 사랑을 통해 서로 지켜내고 아이까지 낳았다. 출산과 육아는 이들에게 다른 부부보다 더 힘든 과정이었지만, 둘을 잇는 연결 고리를 강화하고 사랑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평생 고통스럽고 힘든 병을 안고 가야 하는 가족이지만 이들은 앞으로도 절대 절망하지 않기로 했다. 이른바 '좌절 금지' 약속이다. 지금까지도 이겨냈듯 앞으로도 못 해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가장 순수한 의미의 사랑은 상대방이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한 예측이나 기대 없이 무조건 따뜻하게 대해주는 게 아닐까 싶어. 상대방이 내 호의를 거절할 수도 있고 열 배로 되돌려줄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 따지지 않고 꾸준히 따뜻하게 대해주는 것, 그게 사랑이 아닐까?"
이 책은 평범한 남자가 쓴 지극히 사적인 사연이지만, 그래서 더 감동적이다. 우리 주변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고 일어날 만한 보통 사람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박여진 옮김. 448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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