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간설정위원회가 구간 설정, 결정위원회가 확정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정부는 7일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근로자의 생활보장과 고용·경제 상황을 보다 균형 있게 고려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개편안의 핵심은 그간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3자가 모인 '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해 온 최저임금을 올해부터 '구간설정위원회'의 구간 설정을 거쳐 '결정위원회'가 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전문가가 최저임금 구간 설정…31년 만의 개편 / 연합뉴스 (Yonhapnews)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반복됐던 소모적 논쟁이 상당 부분 감소할 것이며 사실상 정부가 최저임금을 결정한다는 논란도 많이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구간설정위원회는 상시적으로 운영하면서 최저임금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모니터링과 분석을 하도록 할 예정"이라며 "현장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된 최저임금 심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래는 이 장관과 취재진의 일문일답.
-- 구간설정위원 선정 시 추천된 전문가를 노사가 순차적으로 배제하는 방식은 결국 이해관계가 없는 학자들만 남아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있는데.
▲ 순차배제는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부작용이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지만, 전문가들도 각자 보는 관점이 있다. 순차배제 방식을 적용하면 극단적 시각, 단점 가진 분들은 배제하고 조금 더 중도적인 입장의 전문가들로 구성될 거로 기대한다.
-- 결정위원회 위원 선정에 국회 추천자를 넣는 것은 정치적 성향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는 비판이 있었는데.
▲ 최저임금위원회 제도개선 TF는 2017년 국회 추천권을 두고 정치적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시일이 오래 걸린다며 부정적으로 보고 배제한 바 있다. 지금은 2년 전과 상황이 다르다. 공익위원들의 공정성이 훨씬 더 중요한 이슈로 제기됐다. 이 문제는 공론화 과정에서 국민이나 전문가 의견을 다시 듣겠다.
-- 노동계는 구간설정위원회가 직접 당사자를 배제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 전문가들로 구성할 때 노사 의견을 충분히 듣겠다. 지금까지 30년 정도 최저임금위원회를 운영한 결과 원래 최저임금은 객관적 데이터를 놓고 심의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구간설정위원회는 그 문제의 해소를 위해 객관적 데이터를 놓고 심의하려는 토대다.
-- 이번 개편안이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반영한 것인가.
▲ 저희가 지속해서 말했지만,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한다. 정부가 최저임금을 어떻게 한다, 인상률이 어떻게 된다고 예단해서 말할 수는 없다. 개편안 취지는 최저임금 심의가 객관적으로 이뤄지도록 한다는 데 있다.
-- 최저임금 관련 얘기가 경제부처에서 계속 나온다. 구간설정위원회에 정부 추천 전문가가 들어가면 속도조절에 대한 정부의 의견이 어쩔 수 없이 반영되는 것 아닌가.
▲ 이번 개편안은 정부가 최저임금을 좌지우지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식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는 관여하지 않고 객관적인 전문가들이 구간을 설정하고 노사 공익위원들이 모여서 결정하게 하겠다는 취지다. 정부가 개입할 여지를 최대한 없앤다는 것이 개편안의 목적이다. 경제부처에서 의미를 어떻게 부여하든 간에 저희 고용부 입장에서는 공정성과 합리성을 보완할 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 노동계와 충분한 논의를 거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데도 노동계는 그런 과정이 없었다고 주장하면서 최저임금 속도조절론 의혹이 커지고 있다. 서둘러 마련하고 발표한 이유가 무엇인지.
▲ 임시국회가 2월로 예정됐다. 2월이 되면 최저임금 개정 논의도 분명히 이뤄지게 된다. 그 전에 이런 부분에 대한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리고 이 내용이 노동계에 완전히 새로운 안은 아니다. 2017년부터 논의됐다.
-- 최종안 결정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으로 보는지.
▲ 1월 말까지 공론화 작업을 진행한다. 국회에서도 2월 임시국회가 열리면 최저임금 법안 논의가 있을 거로 예상한다. 1월 말까지 토론회 등 국민 의견 수렴절차를 거치겠다. 기간이 짧다는 지적도 있는데 2017년 최저임금 제도개선 TF가 4개월 정도 논의했고 그 당시에도 전문가 토론회, 공청회 등 절차를 진행했다. 다만 그것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미 한 번 공론화 절차를 거친 것이므로 한 달은 짧은 기간이지만 할 수 있다고 본다.
-- 노동계는 벌써 개편안에 강하게 반발하는데 1월 말까지 접점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는지.
▲ 노동계의 경우에도 전체 내용을 자세하게 보고 나면 노동계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할 거로 기대한다. 만약 오해가 있다면 충분히 더 설명해 드리겠다.
-- 최저임금 결정구조가 개편되면 현행 위원들은 전원 바뀌는 것인가.
▲ 모든 위원, 특히 공익위원은 추천권자부터 바뀌기 때문에 새 절차에 의한 위촉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 과정에서 기존 위원들이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노사위원은 대부분 노사단체에 의해 이미 추천된 분들이라 위촉 자격에 큰 변화가 있다면 모르지만 대부분 그대로 가지 않을까 한다.
-- 기업의 지불 능력이 새로운 최저임금 결정 기준으로 포함됐는데 일본의 예를 참고한 것인가. 지불 능력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측정하는지.
▲ 기업 지불 능력 통계를 어떤 것으로 적용할지는 전문가들이 협의해서 결정할 것이다. 저희가 파악하기로는 한국은행, 통계청, 중소기업벤처부 등의 통계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은 업황판단경기동향지수, 경상이익 증가율, 매출대비 이익률 등 다섯 가지 정도 통계를 활용하는 것으로 안다.
-- 현행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있는 '유사근로자 임금'이 빠진 이유는.
▲ 30년 전 최저임금법이 개정됐을 때 저임금 업종인 섬유업체에 있는 젊은 여성 근로자들이 최저임금의 주된 대상이었다. 이분들을 염두에 두고 유사근로자, 이분들과 유사한 다른 근로자들의 임금을 반영한다는 의미로 법이 만들어져 있었다. 지금은 우리 노동시장 상황이 굉장히 바뀌었고 최저임금의 주된 대상도 그분들은 아닌 상황이다. 그 사이 최저임금위원회도 자체적으로 유사근로자 임금이라는 항목을 놓고 다른 지표를 써왔다. 그것을 더 현실화한다는 의미로 보면 된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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