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애플의 실적 부진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떨어지는 신형 보급형 '아이폰XR' 때문이라고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2019회계연도 1분기(지난해 10~12월) 실적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 주된 원인을 중국 및 중화권의 경기둔화 탓으로 돌렸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아이폰XR의 전략적 실패 때문이라고 WSJ은 꼬집었다.
애플 측은 미·중 무역전쟁와 맞물린 중국의 경기둔화로 타격을 입었다는 논리를 폈지만, 정작 가격만 비싼 엉뚱한 제품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하려 했다는 것이다.
아이폰XR는 지난해 10월 출시된 신제품 3종 가운데 가장 가격이 싼 엔트리(중저가 보급형) 모델이다. 아이폰XS, 아이폰XS 맥스보다 25% 낮은 가격을 책정했고, 다양한 색상으로 출시했다.
그렇지만 보급형이라고 하더라도 결코 가격대가 저렴하지 않은 데다, 비슷한 가격대의 중국산 제품보다도 사양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국 소비자들은 안면인식이나 듀얼 심(SIM) 슬롯 같은 기능을 화웨이를 비롯한 더 저렴한 중국산 제품에서도 충분히 누릴 수 있었다고 WSJ은 지적했다.
애플이 출시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일본에서 할인 판매에 들어간 것도 이런 전략적 실패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WSJ은 "정확한 판매량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예상보다는 매우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직은 아이폰XR이 실패했다고 단정하기 이를 수 있지만,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팀 아큐리 UBS 연구원은 "애플은 작년 10월 기준으로 신형 스마트폰 생산량의 45%를 아이폰XR에 집중했다"면서 "많은 물량의 아이폰XR를 생산했는데, 중국을 중심으로 판매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윌버 로스 상무장관도 애플의 실적 악화와 미·중 무역갈등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로스 장관은 이날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애플의 수익악화가 미·중 무역협상과 어떤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지금까지 애플 제품에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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