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비공개회담 회의록 분석…"거래 대가로 '일대일로' 동참시켜"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중국이 지난 2016년 당시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의 '비리스캔들' 해결을 돕는 대신 말레이시아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책에 동참하는 거래를 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 보도했다.
나집 총리는 경제개발 사업을 하겠다며 2009년 국영투자기업 1MDB를 설립했으나 1MDB의 부채가 13조원에 육박한다는 사실이 2015년 말 알려지면서 비리 스캔들에 휘말렸다.
WSJ는 말레이시아와 중국의 2016년 비공개회담 회의록을 분석, "중국 고위층에서 1MDB 구제를 돕겠다고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또,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해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의 1MDB 관련 조사를 중단시킬 수 있다고 말레이시아에 제안했고, 1MDB 문제를 취재하던 홍콩 주재 기자에게 누가 정보를 흘렸는지 알기 위해 중국 당국이 도청장치를 달았던 것으로 회의록에 나온다"고 WSJ는 덧붙였다.
중국의 '도움'에 대한 반대급부로 말레이시아는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 동참, 중국은행이 자금을 조달하고 중국 노동자가 건설하는 340억 달러 규모의 철도·파이프라인 건설 등 사업에 나집 총리가 서명했다고 WSJ는 보도했다.
나집 총리는 중국의 해군 함정들을 말레이시아 항구 두 곳에 정박시키는 방안까지 논의했으며, 남중국해 영토분쟁과 연관이 있는 이 방안이 실제 통과되지는 않았다.
WSJ의 이번 보도는 미 정부가 중국이 일대일로 정책을 통해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배력을 키우는 한편 이들 나라를 빚의 덫에 가두고, 나아가 군사적 목적까지 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미 안보 당국은 중국이 말레이시아에서 공을 들이는 것 또한 '전략적 이득'을 얻기 위한 야심 찬 시도로 간주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말레이시아는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주요 항로상에 있기에 미중 경쟁구도에서 매우 중요한 동맹국이기 때문이다.
WSJ는 "양국 간의 회의록을 들여다보니, 말레이시아에 인프라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는 본질적으로 정치적인 것이었다"며 "나집 정부의 1MDB 부채를 갚는 대신 중국의 대 말레이시아 영향력을 키운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말레이시아 정부는 일부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의 비용을 시장가보다 높게 제안한 것으로 서류에서 확인됐다"며 "현 정부는 관련 자금 중 일부는 나집 전 총리의 정치 비자금으로 쓰이거나 1MDB의 부채를 갚는 데 쓰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집 전 총리는 작년 5월 총선 참패로 권좌에서 밀려났으며 1MDB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한 반(反)부패법 위반 혐의 등 40개 가까운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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