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과 다른 자료 제출도 모두 인정해줘"…'주의·통보' 조치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 국내 전력시장에서 생산자와 판매자의 '중개' 역할을 맡은 한국전력거래소가 발전사업자가 사실과 다른 발전비용 자료를 제출했는데도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발전비용 산정의 신뢰성 저하로 연결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감사원은 이 내용을 포함한 '전력거래 운영실태 감사보고서'를 8일 공개했다.
국내 전력시장은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사업자, 전력을 구매·판매하는 판매사업자, 전력을 사용하는 소비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전력거래소는 이런 전력시장에서 전력의 구매·판매 활동을 실시간으로 운영·감시하는 한편, 전력 수요에 맞춰 전력 생산량을 결정하고 안정적으로 공급되도록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따라서 전력거래소는 발전사업자가 제출한 발전비용 자료가 산정 기준에 따라 정확하게 작성되었는지 면밀히 검증해야 한다.
그러나 감사원이 지난해 7월 2일부터 27일까지 조사한 결과, 전력거래소는 발전사업자가 제출한 연료발열량 자료가 실제 사용되는 시료의 발열량과 일치하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남동발전의 A 발전소는 2016년 10월부터 실제 사용한 연료의 발열량 자료가 아닌, 연료 수입 시 측정한 자료를 제출해왔다.
그러나 전력거래소는 2008∼2017년 해당 발전소를 포함해 총 62차례의 현장점검을 하고도 한 건의 지적도 없이 발전사업자가 제출한 자료를 그대로 인정했다.
이에 감사원이 A 발전소의 지난해 5월분 연료발열량을 재측정한 결과, 실제 연료발열량보다 전력거래소에 제출된 발열량이 평균 2.2% 높게 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료발열량은 발전비용 산출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이럴 경우 발전비용의 과다 책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발전비용평가 성능시험에 대한 관리·감독도 부적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력거래소는 발전사업자가 발전기의 발전비용평가 성능시험을 할 때 출력 단계별로 2회씩 시험해 열 소비율 차이가 1%를 초과할 경우 신뢰성 확보를 위해 시험을 추가 실시해야 한다.
하지만 2008년 이후 발전비용평가 성능시험을 실시한 160개 발전기 중 열 소비율 차이가 1%를 초과한 발전기가 30개(19%)였고 발전사업자가 추가 시험을 하지 않았는데도 전력거래소는 그 결과를 인정해줬다.
전력거래소의 전력 정산금과 관련된 각종 계수 등의 산정에서도 검증과 보전방안이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산 계수는 발전기별 발전계획량, 실시간 전기공급(급전) 지시, 정산금 산정 등에 활용돼 발전사업자의 손익에 직접 영향을 주는 요소다.
그러나 전력거래소는 자료 보안 등을 이유로 정산 계수 산정 과정에 대한 객관적 검증 절차를 밟지 않았으며, 잘못 산정된 정산 계수로 인한 정산금 차액 등의 보전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전력계통 운영을 자동화하기 위한 에너지관리시스템(EMS)도 부적정하게 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송전선로의 과부하 해소를 위한 안전도제약경제급전(SCED)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았다.
또, 복합화력발전기의 발전비용을 계산하기 위한 함수식(증분비 함수식)도 발전기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해야 함에도 단일하게 운영해 발전력 배분 순위가 왜곡될 우려가 있었다.
감사원은 이에 따라 한국전력거래소 이사장에게 "발전비용 자료에 대한 검토와 검증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주의 조치했다.
아울러 "정산금 산정 관련 계수 등의 세부 산정과정에 대해 별도의 객관적 검증 및 보전 절차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또한 "안전도제약경제급전 기능의 활용도를 높이고, 복합화력발전기의 증분비 함수식을 가스터빈 및 증기터빈의 운전조합별로 적용하라"고 통보했다.
yum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