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값' 다한 의용소방대원…한밤 빌라 불길 속 이웃 구해

입력 2019-01-08 16:32   수정 2019-01-08 19:29

'이름값' 다한 의용소방대원…한밤 빌라 불길 속 이웃 구해
대전유성소방서 구자영 대원 "몸이 먼저 움직였다"



(대전=연합뉴스) 정윤덕 기자 = 의용소방대원이 한밤중에 불이 난 다세대주택에 뛰어들어 잠자던 주민들을 빠르게 대피시켜 대형 인명피해를 막았다.
8일 오전 2시 44분께 대전시 유성구 구암동 한 다세대주택에서 불이 났다.
4층짜리 다세대주택 8가구에는 노인들을 비롯한 거동이 불편한 주민이 많이 살아 불길이 번지기 전 대피하지 못하면 자칫 대형 인명피해가 날 수도 있는 상황.
그 순간 한 남성이 현장에 뛰어들었다.
길 건너편에 사는 구자영(56) 씨였다.
당시는 검은 연기가 다세대주택 계단과 통로 전체에 퍼진 상황이었다.
대전유성소방서 의용소방대원이기도 한 구씨는 2층에서 어쩔 줄 모른 채 불을 끄느라 우왕좌왕하는 김모(70) 씨를 일단 대피시켰다.
아들을 시켜 119에 신고했고 연기가 가득 찬 만큼 불을 끄는 것보다 몸을 피하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구 씨는 이어 각 가구를 돌며 현관문을 두드리고 소리를 질러 잠자던 주민들을 깨웠다.
그 덕에 건물 안에 있던 주민 12명 가운데 9명은 119 선착대가 도착하기 전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나머지 3명도 119에 의해 무사히 구조됐다.
2층에서 불을 끄던 김씨 등 2명이 연기를 들이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모두 경상이라고 소방본부는 전했다.
구씨는 "잠을 자다 맞은편 다세대주택에서 불이 났다는 아들의 말에 깼는데 몸이 저절로 화재현장으로 움직였다"며 "막상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니 연기가 워낙 가득 차 무섭고 바닥을 기다시피 움직여야 했지만 매달 한두 번씩 교육받은 화재 시 행동요령을 떠올리며 그대로 따랐다"고 말했다.
그는 2015년부터 의용소방대 활동을 시작한 이유에 대해 "2010년부터 통장 역할을 하는 중 동네에서 화재가 빈발하기에 좀 더 관심을 갖고 화재 예방에 나서고자 의용소방대에 가입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주민 대피와 구조가 모두 끝나자 번지기 시작한 불은 610만원(소방서 추산)의 재산피해를 낸 뒤 35분 만에 진화됐다.
cobr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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