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철군 놓고 '오락가락' 트럼프…"동맹들 혼란만 키운다"

입력 2019-01-0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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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철군 놓고 '오락가락' 트럼프…"동맹들 혼란만 키운다"
"우리 군대가 집으로 돌아온다"→"적절한 속도로 떠날 것"
주류 언론 일제히 '맹공'…폼페이오, 7일부터 중동 8개국 방문길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시리아 철군 문제와 관련한 '말 바꾸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뭇매'를 맞고 있다.
"우리 군대가 집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조기 철군을 강행하겠다던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외에서 비판론이 거세지자 "적절한 속도로 떠날 것"이라며 철군 일정을 변경하는 쪽으로 태도를 바꾼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역내 동맹국들 사이에서 혼란상이 더욱 심화되는 분위기고, 그렇찮아도 트럼프 대통령과 사이가 좋지 않은 미국 주류 언론들은 기회를 맞았다는 듯이 일제히 맹공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9일(현지시간) 트위터에 "IS에 맞서 우리는 이겼다. 역사적인 승리 이후 우리의 위대한 젊은이들을 고향으로 데려올 시간이 됐다"고 시리아 철군을 발표했다.
미 국방부도 성명을 통해 "우리는 군사작전의 다음 단계로 전환하면서 시리아로부터 미군을 복귀시키는 절차를 시작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철군 발표를 뒷받침했다.
이어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시리아 주둔 미군의 철수를 명하는 행정명령이 내려졌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 트위터에 "우리 군대가 집으로 돌아온다!"라는 글을 올리며 미군 철수를 자축했다.
일사천리로 철군 절차가 진행되자 미국 언론들은 이른 시일 내 시리아 주둔 미군 2천600여명이 귀국할 것으로 전망했다. AP통신은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세부사항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1월 중순까지 미군이 철수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철군 발표는 국내외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영국과 프랑스 등 전통 우방 역시 우려를 표했고, 미군과 함께 IS 격퇴전의 선봉에 선 시리아 영토 내 쿠르드족은 '미국에 배신당했다'며 분노했다.
특히 미군이 시리아에서 철수할 경우 쿠르드 인민수호대(YPG)를 자국 내 분리주의 테러집단인 PKK(쿠르드노동자당)의 분파로 여기는 터키가 시리아 북동부로 진입해 유혈사태를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등 백악관 참모들이 서둘러 진화에 나섰으나 비판론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볼턴 보좌관은 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철군 조건으로 우리가 달성하기 바라는 목표가 있다. 이 조건에는 시리아 내 IS 잔당을 물리치고 극단주의 세력에 맞서 미군과 함께 싸워온 쿠르드 반군을 보호하는 것이 들어있다"고 밝혔다.
AP통신은 볼턴의 발언에 대해 "12월 중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이 돌아오고 있다'고 발표한 이후 철군 속도가 변경되었다는 것을 처음으로 공식 확인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폼페이오 장관 역시 미국의 보수성향 인터넷매체인 뉴스맥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IS 격퇴전을 계속하고 이란에 대한 압력을 유지하는 한편, 시리아 내 쿠르드족을 터키로부터 보호하며, 종교적 소수자들의 안전을 보장할 것"이라며 철수를 위한 조건을 밝혔다.
그러자 '우리 군대가 집으로 돌아오고 있다'던 트럼프 대통령이 입장을 바꿨다. 그는 7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내가 원래 말했던 것과 다를 바 없이, 우리는 ISIS(이슬람국가(IS)의 옛 이름)와 싸움을 계속하는 동시에 신중한 그리고 필요한(prudent and necessary) 다른 모든 것을 하면서 적절한 속도로 떠날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미국의 주요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말 바꾸기'를 지적하며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철수 일정을 변경하면서 이 지역의 동맹과 다른 당사자들에게 혼란을 초래했다"며, 볼턴 보좌관이 미군이 즉각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동맹국들이 해명을 요청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에서 미군을 철수시키기로 한 것은 동맹국과 적을 모두 놀라게 했고 군과 민간 지도자들의 의견 불일치를 일으켰다"며 "갑작스러운 명령이 다른 이들을 좌절시켰다"고 비판했다.
미군 철수 시기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볼턴 보좌관은 7일(현지시간) 조지프 던퍼드 미군 합참의장, 제임스 제프리 시리아 담당 특사 겸 IS 격퇴전 특사와 함께 터키에 도착, 미군 철수 후 양국 간 시리아 정책 공조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다.
폼페이오 장관 역시 7일 요르단, 이집트, 바레인,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쿠웨이트 등 중동 8개국 방문길에 올랐다.
AP통신은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폼페이오와 볼턴은 미국의 동맹이 그토록 열망하는 구체적인 철군 계획을 모색할 것"이라고 전했다.
kind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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