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개들은 어디 있을까…어른을 위한 동화 '언더독'

입력 2019-01-09 07:00  

버려진 개들은 어디 있을까…어른을 위한 동화 '언더독'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동화는 언제나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달하며 마음속을 파고든다.
2011년작 '마당을 나온 암탉'의 오성윤 감독이 8년 만에 내놓은 '언더독'은 유기견들의 삶을 그리며 어른을 위한 동화의 역할에 충실하다.
전작에서 알만 낳던 암탉 잎싹이 마당 밖으로 나와 아기 오리 초록과 대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삶의 위대함을 보여준 오 감독은 이번에는 버려진 개들의 이야기를 통해 같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개 뭉치는 어느 날 주인으로부터 버려진다. 같은 처지의 개들인 짱아 무리를 만나 사람 없이도 버려진 음식을 주워 먹으며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동시에 자신이 버려졌다는 현실을 점점 실감하게 된다.
어느 날 개 사냥꾼에게 쫓기면서도 지켜온 철거촌의 보금자리가 헐린다. 뭉치는 직접 사냥을 하며 살아가는 밤이 가족을 만나고, 어디서도 살 수 없는 개들은 안전한 보금자리를 찾아 긴 여정을 떠난다.


영화는 유기견들의 고달픈 삶을 과장도 축소도 없이 보여준다.
개들은 목숨을 노리는 사냥꾼뿐 아니라 배고픔, 로드킬과도 싸워야 한다. 어디에도 발 붙일 곳 없는 이들이 최종적으로 가려고 하는 곳이 비무장지대(DMZ)라는 점은 지독하게도 현실적이다.
이 때문에 개들이 스스로 삶을 개척하고 행복을 성취했을 때 관객이 느끼는 것은 해방감이라기보다는 애잔함에 더 가깝다.
사회적 약자를 의미하는 제목 '언더독'(underdog)답게 개뿐만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와 같은 다른 약자가 겪는 어려움에 대한 언급도 놓치지 않는다.
한편의 동양화를 보는 것 같은 화면도 눈을 사로잡는다.
DMZ, 개발되는 철거촌, 남한과 북한을 가르는 철조망 등 우리나라 풍광을 충실히 담은 작화는 서양 애니메이션의 선이 뚜렷한 표현과 차별화한다.


'언더독'은 도경수와 박소담의 첫 더빙 도전작으로도 화제가 됐다.
도경수는 버려졌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뭉치에 꼭 맞는 목소리를 들려준다.
생생한 더빙 연기를 위해 녹음을 먼저 하고 작화를 그다음에 했을 정도로 감독은 녹음에 공을 쏟았다.
오성윤 감독은 최근 시사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이 발전하려면 어른이 즐길 수 있는 장편영화여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감정연기를 잘 해서 작품의 질이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오 감독은 "'마당을 나온 암탉' 때는 배우가 콘티 그림을 보고 녹음했지만, 이번에는 배우가 자신의 캐릭터를 구축하고 자유롭게 연기하기를 원했다"고 덧붙였다.
도경수는 "목소리로만 감정 표현을 해야 해서 고민이 많았다"며 "평소 연기와는 다르게 과장되게 표현할 때도 많았다"고 돌아봤다.
도경수와 박소담 외에 박철민과 이준혁도 더빙에 참여했다.
목소리 연기에 가장 위화감이 없는 배우는 사냥꾼 역의 이준혁이다. 사냥꾼의 목소리만 듣고는 평소 그의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지 않다.
이준혁은 "전투 장면 등에서 목소리로 액션을 나타내야 했는데, 수위 조절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오는 16일 개봉.


dy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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