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착수부터 위법…검찰 지휘부가 기소와 무관하게 강제수사 압박"
기소 반대한 검사 암행감찰까지…PD수첩 제작진에 유리한 정보는 숨겨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검찰이 2008년 미국산 소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한 MBC 'PD수첩' 제작진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강제수사를 하라는 외압을 가하는 등 검찰권 남용행위가 있었다는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결론이 나왔다.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위원장 김갑배)는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으로부터 PD수첩 사건의 조사결과를 보고받고 이같이 심의했다고 7일 밝혔다.
PD수첩 사건은 농림수산식품부가 2008년 4월 광우병 논란을 보도한 PD수첩 제작진을 같은 해 6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다가 1·2심부터 대법원에서까지 모두 무죄 판결을 받은 건이다.
과거사위는 먼저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검찰의 수사 착수 자체가 부당하다고 봤다.
수사 착수가 범죄(명예훼손) 혐의를 밝히기 위한 게 아니라 정부 정책을 비판한 방송 내용의 허위 여부를 밝히기 위한 것이라 위법이라는 판단이다.
기소와 무관하게 강제수사를 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처음 PD수첩 사건을 담당한 임수빈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은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보도 내용에 일부 과장·왜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공공이익과 관련돼 있다는 점 등에 비춰 기소할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그럼에도 검찰 지휘부의 강제수사 요구가 강하게 내려왔다는 게 진상조사단의 조사결과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였던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과 명동성 전 서울중앙지검장, 대검찰청 차원의 강제수사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다.
대검 형사부가 2008년 11월 작성한 'PD수첩 사건 향후 수사 방안' 문건에는 강제수사의 필요성을 검토하면서 '정국 안정', '야권 반발', '입법 추진에 걸림돌' 등을 고려 대상으로 삼은 점이 나타난다.
과거사위는 당시 검찰 지휘부가 강제수사와 기소 지시를 거부한 임 전 부장검사를 암행 감찰해 불이익을 주려고 한 정황도 확인했다. 1차 수사팀을 이끌던 임 전 부장검사는 결국 2009년 1월 사표를 내고 검찰을 떠났다.
2차 수사팀은 PD수첩 사건을 이어받아 제작진에 대한 긴급체포와 압수수색 등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인 후 2009년 6월 조능희 PD 등 5명을 불구속기소 했다.
과거사위는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명예훼손죄 성립이 어렵다는 1차 수사팀의 의견에도 지속해서 강제수사를 요구하고, 무죄를 받아도 상관없으니 기소하라고 지시한 것은 위법·부당한 수사지휘"라고 밝혔다.
이어 "대검찰청과 법무부가 정치적 고려 아래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수사를 강제하려고 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과거사위는 교체된 수사팀이 수사하는 과정에서 PD수첩 제작진에게 유리한 미국 소송자료를 확보했음에도 1심 재판까지 이를 제출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했다.
과거사위는 "검찰은 정치적 중립을 철저하게 지키고 특정 사건에 대한 대검의 수사지휘를 가능하면 축소해야 한다"며 "수사를 함에 있어 범죄 혐의와 무관한 사항을 이유로 지휘하는 것을 지양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조사단이 PD수첩 사건을 조사하면서 서울중앙지검에 수사기록 제출을 요구했으나 '수사기록이 보존돼있지 않다'는 회신을 받았다며"며 "이는 검찰보존사무규칙 위반 행위"라고 지적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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