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1시간 반 전 출근, 이사장실 앞서 한사람씩 인사
학교 측 "30년 이상된 관례…강요 아니다"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 도쿄(東京)의 한 사립고교에서 교사들이 이사장에게 인사를 하라는 재단 측의 요구로 새벽 출근을 강요당했다며 항의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9일 NHK, 요미우리(讀賣)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쿄 도심 주오구(中央區)에 있는 세이소쿠가쿠엔(正則?園)고등학교에서 8일 이 학교 교사 등으로 구성된 노동조합원 20여명이 이사장에게 인사하기 위해 새벽에 출근하지만 근무시간으로 인정해 주지 않아 장시간 근무를 강요 당하고 있다며 정문에서 항의시위를 했다.
교사들은 "이사장에 대한 아침인사는 근무시간에 포함되지 않는 무익한 것"이라며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당일 수업에는 지장이 없었다.
재단 측에 따르면 이사장은 매일 아침 7시 전에 출근하는데 교직원 40여명이 이사장 출근에 맞춰 아침 인사를 하기 위해 6시30분께 출근하는 게 관례다.
교직원들은 이사장실 앞 복도에 늘어서 한 사람씩 인사를 한다. 사립학교 교직원 노조인 '사학교원 유니언'에 투고된 동영상에는 교사 등이 이사장에게 한 사람씩 인사한 후 방에 있는 신단(神棚)에 참배하는 모습이 찍혀 있다.
조합 측에 따르면 정상적인 학교 근무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지만 이사장에게 인사하기 위한 시간은 근무시간에 포함되지 않아 시간 외 수당도 지급되지 않는다. 인사를 하지 않았다가 주의를 받거나 질책을 받은 교사도 있다고 한다.
교직원들은 이사장에 대한 아침 인사 강요가 장시간 노동의 온상이 되고 있다며 재단 측에 시정을 요구했다.
이 학교 교사 중 1명은 "이사장이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어 (인사를) 거부하면 출세하지 못하거나 담임을 맡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면서 "이런 상황을 바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아침) 인사는 30년 이상 전부터 해온 관례로 강요한 것은 아니지만 시정할 점이 있으면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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