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트럼프 논조 유지, 2020 대선 보수진영 여론 대변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주의 매체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비판적 논조를 보여온 위클리 스탠더드가 지난해 말 갑자기 폐간하면서 근거지를 잃은 보수 논객들이 새해 들어 새로운 둥지를 찾게 됐다.
CNN과 군사안보사이트 내셔널인터레스트(NI)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스탠더드의 명맥을 이을 '불웍'(Bulwark, 수호자, 보호자)이라는 명칭의 새로운 보수계 웹사이트가 출범했다. 스탠더드가 보여온 반트럼프 논조를 계속 유지하고 2020 대선을 앞두고 진정한 보수계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는 취지이다.
불웍의 출범이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복귀라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1995년 윌리엄 크리스톨과 프레드 반스에 의해 창간된 스탠더드는 신보수주의 산실 역할을 하면서 내부적으로 개혁과 대외적으로는 이라크전 등 적극적인 개입주의를 표방해왔다.
'네오콘의 바이블'로 불린 스탠더드는 특히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에어포스 원(전용기)의 기내 잡지'로 불리만큼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으며 발행 부수는 많지 않았지만 딕 체니 당시 부통령을 비롯한 정부 주요 인사들의 필독서 역할을 했다.
그러나 2015년 트럼프가 부상하기 시작하면서 보수파 내부에 이념 논쟁이 촉발하고 특히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트럼프에 비판적 논조를 견지하면서 공화당 내 영향력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재정적 어려움을 겪어온 스탠더드는 재정적 후원자였던 콜로라도의 억만장자 필립 앤슈츠가 지원을 철회하자 결국 지난해 말 문을 닫았다. 스탠더드가 문을 닫자 트럼프 지지자들은 환호했다.
그러나 환호도 잠시, 다시금 반트럼프 기치를 내건 새로운 보수 웹사이트가 다시 등장했다.
불웍은 기존의 스탠더드 필진을 기반으로 새로운 논객을 추가해 출범한다.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 출신의 찰리 사이크스가 편집장을 맡고 스탠더드 창립자인 크리스톨이 무임소 편집자를 맡았다.
불웍은 크리스톨이 지난해 설립한 민주주의수호연구소(DDTI)의 단순 뉴스창구 역할을 해왔으나 이를 대폭 확충, 오피니언 뉴스매체로 개편한 것이다.
스탠더드의 기존 구독자는 대부분 유사 분야 주간지 '워싱턴 이그재미너'로 돌아섰으나 이미 네오콘들로부터 광범위한 지지를 받기 시작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사이크스 편집장은 새로운 웹사이트가 '합리적이고 원칙적이며 사실에 기반을 둔 보수 논평의 장(forum)'이 될 것이라면서 "비(非)트럼프 보수주의 목소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탠더드를 이어 계속 반(反)트럼프 공론의 장이 될 것을 천명한 것이다.
사이크스는 불웍이 다음 주 2020 대선 전망과 밋 롬니의 반트럼프 언론 기고에 대한 반응, 그리고 트럼프 시대 보수주의자들의 역할 등에 관한 다수의 기사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CNN은 재출범한 보수계 웹사이트 출범에 100만 달러(약 11억원)가 소요됐다고 보도했다. 사이크스 편집장은 외국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고 있는 다른 보수계 매체들을겨냥, "우리는 러시아나 사우디로부터 돈을 받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불웍의 모기업 격인 DDTI의 경우 지난해 '민주주의 기금 목소리'(DFV)로 부터 60만 달러의 후원을 받아 일부 논란을 빚고 있다.
DFV는 전자상거래 업체 이베이(eBay) 창설자인 피에르 오미디야르가 유일한 재정후원자로, 오미디야르는 민주당에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등 진보계 인사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yj378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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