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 "오류투성이 트럼프 '장벽연설'…팩트 틀리고 통계 과장"(종합)

입력 2019-01-09 21:22  

美언론 "오류투성이 트럼프 '장벽연설'…팩트 틀리고 통계 과장"(종합)
CNN·워싱턴포스트, 의도적 위기 조장…"멕시코 비용보상 거짓"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8일(현지시간) TV로 생중계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멕시코 장벽' 건설 관련 대국민 연설에 잘못된 팩트나 과장된 내용이 상당수 포함됐다고 미국 언론이 9일 일제히 비판했다.
CNN과 워싱턴포스트(WP)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장벽 건설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각종 통계와 수치를 과장해서 인용하고, 멕시코가 장벽 건설비용을 지급할 것이라는 등의 거짓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남부 국경의 안보 위기를 경고했지만, 최근 들어 새롭게 볼만한 위기는 없었다고 언론들은 지적했다.
남부 국경을 통한 밀입국 시도자는 2000년에 160만명으로 정점을 찍고 2018년 40만명까지 떨어졌다.
이는 9·11테러 이후 밀입국 처벌을 강화하고, 국경 순찰대의 숫자를 대폭 늘린 데다 기술발달 등에 힘입은 결과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 시도자가 매일 '수천 명'이라 했지만, 2018년(회계년도) 월평균 3만명이었기에 '매일 1천명 또는 수 백명'이라고 해야지, '수천 명'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남부 국경을 통한 밀입국보다는 미국에 여행 비자로 들어왔다가 불법체류 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남부 국경을 온갖 마약의 공급처로 지목하며 "남부 국경을 통해 90% 들어오는 헤로인만으로도 매주 300명의 미국인이 죽는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유통되는 헤로인의 90%가 멕시코에서 오는 것은 맞지만, 이를 모두 불법 이민자들이 들여오는 것이 아니기에 '장벽을 세우면 마약유입을 막을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의 주장과 같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년간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26만6천명의 범죄경력이 있는 이민자를 체포했다"며 "이들 중 10만명은 폭행, 3만명은 성범죄, 4천명은 살인으로 기소되거나 유죄를 받았다"라고 한 발언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용한 26만6천명에는 심각한 사건과 이민법 위반과 같은 비폭력 사건이 섞여 있으며, 한 사람이 여러 개의 범죄를 저지를 수 있음에도 '폭행 10만명' 등으로 표현한 것은 혼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의 요구로 장벽은 콘크리트가 아닌 강철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했지만, 이 아이디어는 민주당이 요구한 것이 아니라 트럼프 측이 내놓은 것이다.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가 과거에는 (멕시코와 국경에) 물리적 장애물을 세우는 것을 지지했다"는 발언의 경우, 슈머 대표가 국경을 따라 수 백 마일의 펜스를 설치하는 것을 지지한 것이지 '장벽'이 아니었다고 CNN은 보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와 체결한 새로운 무역협정으로 장벽 건설비가 간접적으로 보상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 또한 거짓말이라고 언론들은 밝혔다.
WP는 "무역적자가 난다고 해서 국가가 돈을 잃는 게 아닌 것처럼 새로운 무역협정을 한다고 해서 돈을 버는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CNN도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은 민주당이 반대를 표명해 비준되지 않았고, 만약 비준이 돼서 세입이 늘어난다고 해도 장벽비용에 쓰이는 것이 아닐뿐더러 기존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협정은 세 나라간 무역에 관세를 거의 부과하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꼬집었다.
이밖에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미국인이 통제되지 않은 불법 이주로 손해를 본다"고 말했지만, 2017년 분석에 따르면 이들 또한 상당 부분에 세금에 기여하기에 경제적 부담으로만 볼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불법 이민이 일자리와 임금을 줄인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통상 경제학자들은 불법이든 합법이든, 이민자들이 저숙련 직무에 종사해 미국인 근로자들이 경영·지식기반 역할로 옮겨갈 기회를 돕는다고 본다.

트럼프 "멕시코 국경 위기 커지고 있어…57억弗 장벽 세워야" / 연합뉴스 (Yonhapnews)


noano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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