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HCR, 호주에 난민 정착 의뢰…호주 당국도 '긍정 시그널'
"가족이 학대" 주장한 알-쿠눈, 태국에 온 아버지와의 만남 거부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가족 학대를 피해 달아나려다 태국 공항에서 강제송환 위기에 처하자 트위터를 통해 절박함을 호소,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사우디아라비아 10대 여성이 유엔에 의해 난민으로 정식 인정받으면서 망명 희망지인 호주로 갈 것으로 보인다.
9일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호주 내무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유엔난민기구(UNHCR)가 라하프 무함마드 알-쿠눈(18)에 대한 난민 정착을 고려해 줄 것을 호주 정부에 의뢰했다"고 확인했다.
내무부는 "호주 정부는 모든 UNHCR의 의뢰에 대해 그래왔듯이, 이번 의뢰도 (긍정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호주 정부 관리들은 알-쿠눈의 호주 망명 신청이 수용될 것임을 강력하게 시사해왔다.
그렉 헌트 보건부 장관은 "알-쿠눈이 난민으로 판명되면 우리는 인도적 비자 발급을 매우 진지하고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 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AI)은 UNHCR이 알-쿠눈을 난민으로 인정한 데 대해 환영 성명을 내고 "알-쿠눈 사건은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안전을 위해 고국을 탈출한 사람들의 용기와 희생을 상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알-쿠눈은 가족의 학대를 피해 호주에 망명하기 위해 쿠웨이트 공항을 떠난 뒤 6일 경유지인 태국 방콕 수완나폼 공항에 도착했지만, 곧바로 여권 등 여행 서류를 빼앗긴 뒤 공항 내 호텔에 억류됐다.
알-쿠눈은 서류 미비 등을 이유로 태국 당국에 의해 강제송환될 위기에 처하자 호텔 방 안에서 침대 매트리스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친 뒤 트위터를 통해 "송환되면 목숨이 위험해진다"며 도움을 호소하고 나섰다.
그는 트위터에 "내 가족은 여섯달 동안 나를 방안에 가두고 머리카락을 잘랐다"면서 "사우디로 돌아가면 감옥에 갇힐 것이 확실하고, 감옥에서 나오자마자 그들이 나를 죽일 것이라고 100% 확신한다"고 호소했는데, 이는 SNS와 언론 등을 통해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네티즌들은 트위터에 '#라하프를구하라'(SaveRahaf)는 해시태그(#)를 이용해 관련 트윗을 공유하며 알-쿠눈에 대한 난민 지위 인정을 촉구했고, 전 세계 언론도 신속히 이를 보도했다.
결국 유엔난민기구가 나서 억류 장소를 벗어나 보호에 나서면서 알-쿠눈은 강제송환 위기를 넘겼다. 태국 당국도 애초의 강제송환 방침에서 물러섰다.
한편 UNHCR의 보호를 받는 알-쿠눈은 자신을 만나러 태국으로 온 아버지와 오빠와의 면담을 거부했다.
[로이터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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