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11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의 와이알레이 컨트리클럽에서 막을 올리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소니오픈을 유난히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하는 선수가 있다.
마흔두살 늦깎이 크리스 톰프슨이다.
미국 캔자스주 로런스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지난해 PGA투어의 2부인 웹닷컴투어 상금랭킹 20위에 올라 올해 PGA투어 카드를 땄다. 소니오픈은 그가 PGA투어 선수로 올해 처음 출전한 대회다.
그는 19년 동안 시도한 끝에 마침내 PGA투어 카드를 따냈다.
놀랍게도 톰프슨은 PGA투어의 관문 격인 웹닷컴투어 역시 난생처음 뛰었다.
그동안 18차례나 퀼리파잉스쿨에 응시했지만, 번번이 낙방했기 때문이다.
작년 웹닷컴투어도 2017년 치른 퀄리파잉스쿨에서 간신히 얻어낸 조건부 출전권으로 뛸 수 있었다.
톰프슨은 그동안 미국 전역을 떠돌며 미니투어와 각종 프로대회 월요예선을 전전하면서도 PGA 투어 선수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클럽 프로를 비롯해 골프 관련 기업에서 일할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꿈을 버릴 수 없었다고 그는 털어놨다.
톰프슨은 "경제적으로 아주 어려웠지만 내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격려하고 뒷바라지를 마다하지 않은 아내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고단한 떠돌이 프로 골프 선수 생활 동안 겪은 게 한둘이 아니지만, 톰프슨은 2002년 US오픈 최종 예선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는 "캔자스에서 출발해 20시간을 운전해 플로리다 대회장을 달려갔다. 도착하자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연습장에 갔더니 굉음이 울리면서 헬리콥터 한 대가 내렸다. 그레그 노먼이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US오픈 출전권을 따지 못해 최종 예선을 치러야 했던 노먼은 집에서 헬리콥터를 타고 온 것이었다.
톰프슨은 "나로서는 '아 여기는 다른 세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
이미 지난해 3차례 PGA투어 대회를 치른 톰프슨은 2차례 컷 탈락의 쓴맛을 봤다. 컷을 통과한 대회에서는 공동45위에 그쳤다.
장타 순위 149위(평균 286.3야드)기 말해주듯 젊은 선수들과 대결이 버겁다.
하지만 톰프슨은 "내가 나이가 많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골프를 어떻게 치는지 안다. 장타자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비거리가 짧은 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장담했다.
그는 "홀에 볼을 집어넣는 경로는 다양하다. 나는 특히 퍼트를 잘한다. 스코어를 만들어낼 줄 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 길을 걸어온 걸 후회하지 않는다"는 톰프슨은 같은 처지의 후배가 있다면 어떤 조언을 하겠냐는 질문에 "온 힘을 다하라고 말하고 싶다. 중간에 멈추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톰프슨은 PGA투어 사상 최고령 신인은 아니라고 AP는 보도했다.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 앨런 도일(미국)이 47세에 PGA투어 카드를 땄고, 짐 러틀리지(캐나다) 역시 47세에 PGA투어에 입성했다.
그렇지만 도일은 PGA투어 카드를 획득했을 때까지 아마추어 신분이었고 러틀리지는 선수 생활을 대부분 아시아투어에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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