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국방장관, 마두로 대통령 퇴진 촉구"

입력 2019-01-10 10:02   수정 2019-01-10 11:37

"베네수엘라 국방장관, 마두로 대통령 퇴진 촉구"
WP 보도…"물러나지 않으면 내 사임을 받아달라" 요구
국내외 압박, 마도로는 '샌드위치' 신세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재임에 반대하는 기류가 핵심 측근(이너서클·inner circle)에서도 일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특히 현직 베네수엘라 국방장관인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페스는 지난달 마두로에게 퇴진을 건의했고,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사임을 수용해달라고 했다고 익명을 요구한 미국 정보 요원의 말을 인용해 워싱턴포스트(WP)가 9일 보도했다.
마두로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율과 생활필수품 난 등 피폐한 경제 사정 속에서 지난해 5월 치러진 조기 대통령선거에서 68%를 얻어 재선에 성공, 10일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지만 만만찮은 국내외 반대 여론에 직면한 상황이다.
국방장관은 마두로 정권을 보위하는 핵심이라는 점에서, 그가 마두로에게 퇴진을 직접 요구했다면 주목할만한 일로 받아들여진다.





이와 함께 크리스티안 세르파 전 대법관도 이번 주 미국으로 떠나 현지에서 언론 인터뷰를 통해 불공정 선거로 당선된 마두로의 재임에 반대하고 정권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 사무실을 둔 여론조사기관인 델포스의 펠릭스 세이하스 대표는 베네수엘라의 야당도 마찬가지지만, 마두로도 현재 대중들에 대한 인기가 크게 떨어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베네수엘라 민심 이반은 조국을 떠나 남미 등 인근 국가로 향하는 이주민의 급증으로 표면화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2015년 이후 190만명의 베네수엘라인이 해외로 이주했다.
한때 베네수엘라를 포함한 중남미 좌파그룹은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을 정신적 지주로 동맹을 과시했지만, 브라질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같은 극우성향 지도자가 나오면서 베네수엘라에 등을 돌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보우소나루는 "베네수엘라의 독재를 용인하지 않는다"고 공언하며 베네수엘라에 취임식 초청장도 보내지 않았다.
에르네스투 아라우주 브라질 외교장관은 지난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세계 모든 국가가 마두로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베네수엘라를 해방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베네수엘라 정국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브라질, 아르헨티나, 캐나다 등을 포함한 중남미 14개국으로 결성된 리마그룹은 지난 7일 마두로의 재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베네수엘라는 적대국으로 둘러싸여 '샌드위치' 신세가 된 가운데 새로운 제재 등의 위협에 더욱 노출되고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마두로는 9일 미국을 위시한 미주의 보수 우파 진영이 베네수엘라 정부를 전복하기 위한 쿠데타 음모를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 제공]
마두로에 반대하는 군 간부들에 대한 체포와 고문 등 배신자를 철저히 응징하는 분위기 속에서 새 정부 출범을 전후해 군사적 행동이 일어날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다만, 가난한 노점상의 분신을 기점으로 아랍 전역에 확산한 민주화 시위, 즉 '아랍의 봄'처럼 개별 시위자의 자극적인 행동이 전국적인 민중 봉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야당의 후안 파블로 과니파 의원은 동력을 상실하고 분열된 상황이지만 마두로의 두 번째 임기 취임 선서를 기점으로 야권은 퇴진 운동을 다시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hopem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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