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고지혈증약 스타틴, 당뇨병약 메트포르민, 혈압약 칼슘통로차단제(CCB)가 치료가 어려운 정신질환인 조현병(정신분열증)과 조울증(양극성 장애) 치료에도 상당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정신과 전문의 조지프 헤이스 교수 연구팀이 2005~2016년 조현병 또는 조울증 치료를 받은 환자 14만 명의 의료기록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데일리 메일 인터넷판이 9일 보도했다.
조현병 환자의 경우 치료를 위해 입원하는 비율이 메트포르민 복용자는 27%, 스타틴 복용자는 25%, 칼슘통로차단제 복용자는 2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헤이스 교수는 밝혔다.
조울증 환자의 입원율은 메트포르민 복용자가 20%, 스타틴 복용자는 14%, 칼슘통로차단제 복용자는 8% 낮았다.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이 3가지 약이 어떻게 이런 효과를 내는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이 약들은 모두 뇌와 호르몬 분비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헤이스 교수는 설명했다.
특히 혈중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는 스타틴은 몸 전체에서 발생하는 염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 뇌 핵심 부위의 염증을 진정시켜 이런 효과를 가져오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그는 추측했다.
이러한 효과가 추가 연구를 통해 확인된다면 난치성 정신질환인 조현병과 조울증 치료제로 전용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영국 왕립 정신의학회의 데렉 트레이시 박사는 현재 조현병과 조울증에 쓰이는 약들은 효과가 제한적이고 부작용이 적지 않은 것과 비교하면 이는 괄목할만한 효과라고 논평했다.
영국 정신의학·심리학·신경과학연구소의 제임스 매케이브 박사는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compelling) 결과라고 평가했다.
과학자들은 무작위-대조군 설정(randomized controlled) 임상시험 결과라야만 믿을 수 있다고 하지만 이런 임상시험은 참가자 규모가 작고 진행 기간이 짧다면서 그보다는 이처럼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장기간에 걸쳐 진행된 연구는 입원 치료 같은 임상시험에서 놓칠 수 있는 것들이 포함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조현병은 환각, 망상, 환영, 긴장, 기이한 행동이 나타나며 이로 인해 사회활동과 가족관계가 악화되는 대표적인 정신질환이다.
조울증은 기분이 상승한 상태인 조증(躁症)과 기분이 저조한 상태인 울증(鬱症)이 번갈아가며 나타난다. 그래서 공식 명칭이 양극성 장애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 의사협회 저널 - 정신의학(JAMA Psychiatry) 최신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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