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가 테러리스트 양성소?'…유럽 각국 해결책 골몰

입력 2019-01-10 15:43  

'교도소가 테러리스트 양성소?'…유럽 각국 해결책 골몰
WSJ "유럽 테러리스트 다수 교도소서 극단주의자로 전향"
이라크·시리아 전장서 돌아온 '지하디스트'가 전파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최근 유럽의 교도소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사상이 전파되고 테러 음모가 이뤄지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유럽 각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테러리스트들을 격리하고 전향시켜야 할 교도소가 오히려 새로운 테러리스트들을 키우는 '양성소'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에 따르면 최근 유럽에서 발생한 일부 테러 공격의 가해자들이 실제 교도소에서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로 전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4년 5월 벨기에 브뤼셀의 유대박물관에 난입, 무차별 총격을 가해 4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알제리계 프랑스인 메디 네무쉬와 공범들도 그 가운데 하나다.
2015년 1월에는 교도소에서 이슬람교 개종과 함께 극단주의자로 변신한 아프리카 말리계 프랑스인이 파리의 유대인 식료품점에서 사람들을 인질로 잡고 4명을 살해한 일도 있었다.
외국인 지하디스트를 추적해온 벨기에 한 언론인은 "교도소는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되는 가장 중요한 통로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유럽 각국은 이 문제를 심각하고 받아들이고 저마다 해결책을 고심하고 있다.
프랑스는 2017년 교도소를 전담하는 특수정보기관을 설립, 이슬람 극단주의에 동조할 움직임을 보이는 재소자 3천여명을 감시한다.
다른 나라들도 교도소 내 지하디스트 양성을 막기 위한 맞춤형 심리·사회·종교적 상담을 진행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이렇다 할 '묘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질 드 케르쇼브 유럽연합(EU) 대(對)테러조정관은 전했다.
문제는 유럽에 거주하다가 중동으로 떠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과 함께 활동한 사람들이 끊임없이 유럽 역내로 재유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EU 경찰기구인 유로폴(Europol)에 따르면 2012년 이래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주장하는 이른바 '성전'을 위해 이라크와 시리아로 떠난 유럽인은 대략 5천여명.
이 가운데 1천여명은 현지에서 사망했고 1천500여명은 다시 유럽으로 돌아왔다.
사법당국은 유럽으로 복귀한 이들을 대해 테러리스트 그룹에 가입한 혐의를 적용해 체포·기소하고 있다.
특히 2015∼2017년 사이 유로폴이 지하디스트 테러분자로 분류해 체포한 이는 연 700여명으로 2013∼2014년 대비 2배가량 증가했다.
최근 들어 역내 유입되는 과격분자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이들이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동안 다른 재소자들을 테러리스트로 만들 위험성은 상존한다고 유로폴은 경고했다.
유로폴은 작년 발간한 테러리즘 상황보고서에서 "중동 전장에서 돌아온 이들과 극단주의자들이 다른 재소자들에게 해외에서 테러를 수행하도록 부추길 수 있다"고 짚었다.

lu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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