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요 저요'…대통령 회견 질문권 얻으려 한복 차림까지(종합2보)

입력 2019-01-10 17:05   수정 2019-01-10 22:05

'저요 저요'…대통령 회견 질문권 얻으려 한복 차림까지(종합2보)
작년에 이어 질문권 얻기 경쟁…문대통령 사회보며 질문자 직접 선정
'정책기조 안바꾸는 자신감 근거' 물은 기자는 포털 검색어 상위에도
외교 현안 장문 질문에 "방안(답)을 다 말씀해주셨네요"…폭소 터져
김태우·신재민 관련 질문에는 6∼7초간 답변 생각…총 25개 질문에 답해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핸드폰 들고 계신 분."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에서는 직접 사회를 본 문 대통령에게서 질문권을 얻기 위한 기자들의 경쟁이 단연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이 새해 들어 처음으로 기자들을 만난 자리인 이날 회견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사전에 질문과 질문자를 정하지 않는 미국 백악관 식으로 진행됐다.
[풀영상] 문대통령 신년회견…질문자 직접 고르니 눈에 띄려 한복 차림까지 / 연합뉴스 (Yonhapnews)
청와대 본관에서 오전 10시부터 28분 남짓 기자회견문 발표를 마치고 5분 뒤에 회견 장소인 영빈관에 노영민 비서실장, 윤도한 국민소통수석과 들어선 문 대통령은 '이니 블루'로 불리는 푸른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 새로운 100년, 함께 잘사는 나라'라는 문구가 새겨진 백드롭을 배경으로 마련된 자리에 앉았다.
마이크 앞에 앉자마자 "제가 직접 질문할 기자를 지목하겠다"며 곧바로 문답에 들어갔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기자단의 간사부터 질문을 시작해온 게 관행"이라며 "연합뉴스 이상헌 기자에게 (질문권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어진 문답에서 문 대통령은 질문자를 선정하는 데 진땀을 뺐다.
문 대통령을 중심으로 부채꼴 모양으로 앉은 200여 명의 내외신 기자 중에는 한복을 입고 온 기자가 있는가 하면, 일부 기자들은 핸드폰과 책을 손에 쥔 채 손을 번쩍 들어 대통령과 눈을 맞추고자 했다.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질문권 얻기 위한 경쟁 / 연합뉴스 (Yonhapnews)


특정 유형의 매체에 질문이 쏠리자 고민정 부대변인이 개입했고 이에 문 대통령은 "중앙일간지 기자님들만 손을 들어달라"고 하기도 했다.
비교적 격의 없이 회견이 진행된 덕에 종전에는 볼 수 없었던 장면이 연출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보내온 친서와 관련한 질문에서는 문 대통령의 답변에 이어 한 기자의 추가 질문이 이어졌다.
예상치 못했던 질문과 답변에는 순간순간 폭소가 터져 나왔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비교적 긴 분량의 질문이 나오자 문 대통령은 "우리 기자가 방안(답)을 다 말했다"면서 "저도 (북미를) 설득하고 중재하겠다"고 말해 기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답변 과정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김 위원장'이 아니라 '김정은'이라고 네 차례 부른 것도 이례적인 부분이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답변의 핵심에 집중하다 보니 인지하지 못한 채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 기자가 "전용기 기자간담회에 이어 이번에도 국내 정치 문제를 묻겠다"고 했을 때도 기자들 사이에서는 웃음이 나왔다.
지난 달 아르헨티나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을 마치고 뉴질랜드로 향하는 전용기 내 기자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이 "국내 현안은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했던 장면이 오버랩된 것이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문 대통령님"이라고 한 BBC 기자의 한국어 인사도 기자회견의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문 대통령은 비교적 날 선 질문에는 단도직입적으로 답변했다.
경기방송 김예령 기자는 "기자회견문에서 '개천에서 용이 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으나 현실 경제는 얼어붙어 있다"며 "그럼에도 대통령이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고 그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가"라고 다소 공격적으로 물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왜 필요한지, 양극화·불평등 구조를 바꾸지 않고서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기자회견문 30분 내내 말씀드렸기 때문에 새로운 답이 필요할 것 같지는 않다"고 잘라 말했다.
김 기자의 질문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에도 온라인을 달궜다.
이와 관련한 보도에는 김 기자의 질문 태도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지지하는 댓글이 이어졌고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SNS를 통해 김 기자를 직설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김 기자의 이름과 소속사 명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위에 올랐다.

비교적 막힘 없이 답변을 이어 가던 문 대통령도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논란,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청와대 권력남용' 주장과 관련한 질문에는 다소 난처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두 현안에 대한 생각을 묻자 문 대통령은 6∼7초 남짓 한 곳을 응시하다가 어렵사리 "일단…"이라고 말문을 떼고 답변을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언론 보도와 관련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노영민 신임 비서실장 인선을 통해 '친문'(親文·친문재인) 색채가 짙어졌다'는 언론의 평가를 두고서는 "안타깝다"면서 "청와대 참모는 대통령 비서라 친문 아닌 사람들이 없는데 더 친문으로 바뀌었다 하면 물러난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섭섭하지 않겠나"라고 말해 좌중에서 웃음이 나왔다.

80분간 진행될 예정이던 기자들과의 문답 회견은 예정된 시간을 10분가량 넘겨서까지 이어졌다. 회견 막판 문 대통령은 "미흡할 것 같으니 앞줄에서 질문을 차례대로 받겠다"고 하고는 네 개의 질문을 한꺼번에 먼저 받은 다음 차례대로 답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회견에서 외교·안보, 경제, 정치·사회·문화 분야 순으로 총 25개의 질문에 대답했다.
문 대통령은 일문일답을 마친 뒤 떠나면서 "언론과 정부는 서 있는 위치는 다르지만 더 나은 대한민국,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를 향해 간다는 점에서 서로 같다고 본다"며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한 한 팀이라는 생각을 늘 해주시면 고맙겠다"고 당부했다.

이날 회견장에는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 때와 마찬가지로 참석자들의 긴장을 풀어줄 대중가요가 흘러나왔다.
선곡된 김민기의 '봉우리'에 대해 청와대는 '지금의 위기만 넘으면 나아질 거라는 낙관을 말하기보다 닥쳐올 어려움을 받아들이고 멀리 있는 바다를 향해 봉우리를 함께 넘자는 당부이자 부탁'이라고 설명했다.
'봉우리'는 본관에서 회견문 발표를 마치고 영빈관까지 문 대통령이 이동하는 동안 회견장 내에 상영된 문 대통령 동영상의 배경음악으로도 쓰였다.
이 외에도 국민이 찬란한 내일을 맞이하길 바라는 뜻의 '브라보마이라이프'(봄여름가을겨울), 정부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이 국민의 편에서 한 해를 보내겠다는 뜻을 담은 '내가 네 편이 되어줄게'(커피소년), 말하는대로 될 수 있는 시대를 만들기 위한 정부가 되겠다는 뜻이 담긴 '말하는대로'(처진 달팽이), 평화를 주제로 힙합그룹 '그루배틱'이 만든 '괜찮아'가 흘러나왔다.
한편, 노영민 비서실장과 김수현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3실장과 수석비서관들도 작년과 달리 별도의 참모진 구역에 앉지 않고 기자들 사이 곳곳에 자리했다.



kj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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