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추적 난항…법원 "도주죄 여부 법리 검토하느라 신고 늦어"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피고인이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기 직전 도주하는 사건이 또 발생해 법원의 피고인 관리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해당 법원이 도주죄 성립 여부를 검토하느라 사건 발생 1시간 40분 후에야 경찰에 도주 신고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거세다.
늑장 신고로 피고인을 쫓는 경찰은 상당한 애로를 겪고 있다.
10일 법원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청주시 서원구 산남동 청주지법 423호(4층) 법정에서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받은 김모(24)씨가 법정구속 절차 진행 도중 달아났다.
김씨는 2017년 4월 노래방에서 후배와 함께 시비붙은 피해자 2명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지난해 2월에는 한 유흥주점에서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불구속기소 돼 재판을 받아왔다.
그는 법정구속 사유를 고지받는 과정에서 방청석에 있던 소지품을 챙기는 척하다 법정을 빠져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현장에는 법정 내 보안을 책임진 법정 경위가 1명 있었다.
그는 김씨의 도주 사실을 알고 법정동 출입구인 1층 검문검색대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알렸다
이곳은 외부와 통하는 법정동의 유일한 통로라 제때 연락만 이뤄졌다면 도주자 검거가 가능했다.
하지만 김씨는 이미 건물 밖으로 나온 뒤였다.
김씨는 법원으로 올 때 타고 왔던 자신의 차량을 두고 법원을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법원을 빠져나온 김씨가 인근에서 대기하고 있던 지인의 차를 타고 달아났다는 증언도 나온다.
아쉬운 대목은 또 있다.
법정구속 전 피고인이 도주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으나, 법원은 사건 발생 1시간 40분 지난 이날 낮 12시 10분께야 경찰에 신고했다.
김씨가 청주권을 충분히 벗어났을 수도 있는 시간이다.
뒤늦게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30여명을 투입해 법원 일대 CCTV를 분석하고 주변을 탐문하는 등 소재 파악에 나섰지만, 김씨의 행적은 오리무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전담 추적반을 구성해 김씨 뒤를 쫓고 있으나 소재 파악이 전혀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법원 관계자는 "구속집행 과정에서 피고인이 달아나 구금 상태로 볼 수 없어 이를 도주로 봐야 하는지 법리검토 등을 하느라 신고가 늦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 도주 상황에 대한 매뉴얼은 있는데 보안상 공개할 수는 없다"며 "사건 당시 매뉴얼이 제대로 지켜졌는지와 매뉴얼에 허점이 있는지를 확인한 뒤 문제가 있다면 보완하겠다"고 덧붙였다.
법원에서 피고인이 도주한 사건은 지난해 5월 10일 전북 전주에서도 있었다.
당시 전주지법 1호 법정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은 모모(22)씨는 법정구속 집행 전 여성 보안관리 대원의 손목을 꺾고 밀친 뒤 달아났다.
경찰은 광역수사대 등 100여 명을 투입, 도주 5시간 만에 여자친구 지인 집에 숨어있던 모씨를 붙잡았다.
jeon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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