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핵담판 가시화 속 '북중밀착' 변수…美조야 복잡한 시선

입력 2019-01-11 03:04   수정 2019-01-11 15:04

2차 북미핵담판 가시화 속 '북중밀착' 변수…美조야 복잡한 시선
"북중, 대미 공동압박" 우려…"화려한 리얼리티쇼 재연" 경계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4차 방중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한층 더 가시권 안으로 접어든 가운데 미 조야에서는 그 전망을 놓고 복잡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번 2차 대좌는 그동안 '선후관계'를 둘러싼 힘겨루기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북한의 실행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를 놓고 북미 정상이 직접 담판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미국으로선 작년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비핵화 문제를 본궤도에 올려놓는 게 급선무인 셈이다.
그러나 북중 정상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앞선 '사전조율'을 통해 '한반도 정세관리와 비핵화 협상 과정에 대한 공동 연구 조종' 방안을 논의하는 등 상호 이해관계에 따라 공동전선을 구축한 듯한 흐름을 보인 것을 두고 미 조야에서는 북·중 밀착에 따른 '중국 변수'로 인해 미국의 대북 지렛대가 약화,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분한 준비 없는 '리얼리티 TV쇼' 식의 정상회담이 1차 때에 이어 이번에도 재연된다면 '빈손' 논란이 더 커지며 역풍이 거세질 수 있다는 회의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0일(현지시간) '북한은 미·중 무역 전쟁의 플레이어인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 위원장 방중이 타깃으로 한 '관중'은 북한, 중국과 야심 찬 외교정책을 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이었다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수개월의 교착 끝에 진짜 진전을 만들어내는 게 바람이지만, 미중 무역 전쟁이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WP는 대북 지렛대를 가진 중국으로선 북핵과 무역 문제를 연계함으로써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얻을 것들이 분명하다면서 북한 입장에서도 미중 사이에서 어부지리를 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대북 압박이 너무 심해질 경우 중국에 제재완화를 기대며 숨통을 틀 수 있다는 것이다.
WP는 "현시점에서 북중 두 정상은 국내적으로 정치 스캔들과 경제적 불확실성, 2020년 대선 재도전 등에 직면한 협상 상대(트럼프 대통령)가 모든 당사자를 만족시키는 합의에 도달하기를 열망할 것이라고 기대할지 모른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재선 가도의 발판으로 만들고자 어떻게든 합의하려 한다면 북·중 입장에서는 더 얻어낼 공간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인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 (WSJ)도 '북·중은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교착국면에 직면, 통일된 모습을 보인다'는 기사에서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앞선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미국에 '타협'을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대북 제재 이행과 북한의 비핵화 조치 견인 등을 위해 시 주석의 협력을 절실하게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중국으로선 이번 베이징 회담을 통해 자신들의 영향력과 지렛대를 입증하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제재해제가 절실한 북한이나 비핵화 성과가 어느 정도 입증되기 전까지 제재 이완을 막아야 하는 미국 모두 중국의 도움이 절실한 만큼 중국의 '목소리'는 커질 수 있다.
이와 맞물려 김 위원장은 트럼프 행정부에 비핵화 합의를 이루려면 '양보'를 준비해야 한다는 점도 다시 한번 환기했다고 WSJ은 보도했다.
다만 WSJ는 유엔 제재가 유지되는 한 중국이 북한의 '경제적 야망'을 뒷받침하려 해도 한계가 분명한 만큼 북한이 경제적 성장을 추구하는 정상국가가 되려면 결국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전문가 분석도 소개했다.

국방부 자문관 출신의 빅토리아 대학 전략연구센터의 밴 잭슨 선임 연구원은 WP에 기고한 '북한과의 '리얼리티쇼 외교'가 어떻게 역효과를 낼 수 있는가'라는 글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 조율이 (비핵화 등 내용에 대한) 의미있는 준비 없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후속 조치들의 충분한 사전조율 없이 '화려한 행사'에 그쳤던 작년 1차 북미 정상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즉석 정상회담'이 '진짜 외교'를 대체한다면 진전을 얻어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잭슨 연구원은 상황이 악화할 수 있는 4가지 경우의 수로 '과정이 없으면 진전도 없다', '전략적 이점을 위한 김정은의 전술적 지연', '트럼프, 체면을 잃다', '트럼프, 김정은의 꼭두각시가 된다' 등의 상황을 꼽았다.
그는 사전에 제대로 조율하는 과정이 없으면 정상 간 '톱다운 담판'에서 구체적 성과와 그 후속 조치들을 끌어내는 '진전'을 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이 계속 시간 끌기식 지연전술을 구사한다면 점점 대북제재는 구멍이 날 수 있고 북한은 그사이 미사일 시험 발사 없이 조용히 기술을 향상할 수 있는 등 시간이 갈수록 미국의 지렛대만 약화할 수 있다고도 그는 예상했다.
이와함께 북한 문제를 해결했다고 자랑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어느 한순간 '현실'을 깨닫고 체면을 잃게 되는 순간, 과거 극한 대치 당시 '화염과 분노'의 초강경모드로 돌변할 가능성도 경계했다.
그는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한미연합훈련 중단방침을 밝히면서 군사훈련에 대해 북한의 논리대로 '도발적'이라는 표현을 쓴 것을 언급,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미국의 이해관계에 위배되고 김 위원장이 바라는 쪽으로 그의 대변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이 주한미군 철수나 한반도에서의 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 역시 자신도 그걸 원한다는 결정을 내릴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는 "북미 정상간 '리얼리티쇼 변주'에 리스크가 있다"며 "잘못된 외교는 미국의 지렛대를 약화하고 북한의 핵무기 확대를 허용하거나 위기로 다시 돌아가게 하는 등의 형태로 미래 의사결정자들의 선택지를 좁힐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시진핑, 회담에서 북경반점 오찬까지 돈독했던 이틀 / 연합뉴스 (Yonhapnews)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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