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국인 출입 카지노 둘러싸고 부산시·상공계 입장 엇갈려
시 "오픈카지노 제외해야" vs 상공계 "부산은 후발주자 서둘러야"
(부산=연합뉴스) 박창수 기자 = 부산시와 지역 상공계가 부산항 북항재개발지역 내 복합리조트 유치에 변수가 생기면서 난항이 예상된다.
내국인 출입 카지노(오픈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 건립에 적극적이던 부산시가 민선 7기 들어 입장을 바꿨고, 여당도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 "복합리조트가 뭐길래"…너도나도 건립 열풍
복합리조트는 엔터테인먼트, 컨벤션, 쇼핑, 관광 등의 시설을 망라한 종합 리조트를 일컫는다.
지역 상공계와 시는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샌즈를 모델로 삼고 유치를 추진해 왔다.
윤태환 동의대 교수는 최근 내놓은 연구 보고서에서 마리나베이 샌즈 수준의 복합리조트를 유치하면 건설 기간 4년간 23조5천1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1만6천여명의 고용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런 막대한 기대 효과 때문에 부산뿐만 아니라 다른 지자체도 복합리조트 유치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인천공항공사는 인스파이어인티그레이티드리조트(인스파이어), 파라마운트 픽처스와 '인천공항 복합리조트 개발을 위한 협력약정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2022년 6월 개장 예정인 이 복합리조트에는 미국 영화사 파라마운트 스튜디오의 테마파크, 1만5천석 규모 다목적 공연장, 5성급 호텔, 외국인 카지노 등이 들어선다.
2017년에는 파라다이스그룹과 일본 세가사미홀딩스의 합작법인이 1조5천억원을 들여 축구장 46배 크기인 33만㎡ 규모의 복합리조트를 인천에 건립했다. 호텔과 리조트, 외국인 전용 카지노, 컨벤션 등을 1차 개장한 데 이어 면세점도 최근 들어섰다.
일본은 더욱 적극적이다. 지난해 7월 복합리조트 실행법을 처리한 데 이어 1단계 복합리조트 후보지 3곳을 선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4년이나 2025년에는 일본에 복합리조트 3곳이 문을 열 것으로 보인다.
◇ 민선 7기 "오픈카지노 안 돼"…상공계 "예정대로 추진"
부산시와 상공계가 갑자기 복합리조트 유치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 2013년 미국 라스베이거스 샌즈(LVS) 그룹이 5조원 규모의 투자 의향을 전달한 데 이어 이듬해 부산시가 오픈카지노 허용을 정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정부가 한국형 복합리조트 개발 사업계획을 공모에 나서자 시는 LVS의 투자 의향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본격적인 유치운동을 시작했다. 지역 관광산업 전문가와 언론계 등이 포함된 원탁회의를 구성하고 싱가포르와 라스베이거스에 시찰단을 파견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부산상의를 중심으로 지역 상공계도 2017년 론리스(Ron Reese) 라스베이거스 샌즈그룹 수석 부사장을 부산으로 초청하고 현지를 방문하는 등 힘을 보탰다.
하지만 민선 7기 들어 시와 여당이 오픈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 유치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면서 유치운동이 힘을 받기는 힘들게 됐다.
복합리조트 유치 타당성을 설명하기 위해 최근 부산상의가 마련한 연구용역 보고회에서 임창근 부산시 관광개발 추진단장은 "부산 관광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복합리조트 유치는 필요하지만, 오픈카지노를 전제로 복합리조트 유치를 추진하는 것은 어렵다는 게 시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항재개발 지역이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면 외국인이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개선되기 때문에 오픈카지노를 빼더라도 복합리조트를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원정 민주당 부산시당 사무처장도 "강원랜드 내방객의 도벽 유병률이 80%에 달하는 등 카지노의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시드니나 오사카 등이 카지노 때문에 유명 관광지가 된 것은 아니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시는 오픈카지노를 포함하지 않고도 충분히 복합리조트를 유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카지노에 대한 부정적인 시민 인식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복합리조트부터 추진하고 오픈카지노는 이후 시민 여론 등을 여건이 마련되면 추진해도 된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지역 상공계는 복합리조트가 부산의 '미래 먹거리 산업'이라고 주장하며 예정대로 유치운동을 벌여 나가겠다는 입장이지만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pc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