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검찰에 출석했다. 사법부 전직 수장의 검찰 출석은 헌정사 초유의 일이다. 검찰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수사가 양 전 대법원장 소환으로 종착역을 향하고 있다. 검찰은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파악해 국민 앞에 전모를 내놓아야 한다. 만신창이가 된 사법부의 모습에 국민의 사법 불신은 커지고 있다. 전 대법원장과 전 대법관 등에 대한 적법한 신병처리를 마지막으로 사법부 적폐 청산이 제대로 매듭지어지고, 국민이 믿고 판결을 맡길 수 있는 사법부로 환골탈태하기를 바란다.
피의자 신분인 양 전 대법원장의 검찰 출석 방식은 법질서 수호의 최후 보루인 사법부 전직 수장의 모습으로는 부적절했다. 전 대법원장이지만 현재는 개인 신분인 그는 대법원과 상의 없이 대법원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했다. 대법원이 불허하자 대법원 정문 앞에서 시위대의 항의 속에 기자회견을 강행한 후, 서울중앙지검 청사 포토라인은 그대로 지나친 후 곧바로 조사실로 향했다. 그는 "대법원에서 전 인생을, 법원에서 근무한 사람으로서 법원에 한 번 들렀다가 가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이런 행동은 특권의식이나 오만으로 보일 수 있고, 향후 재판과정에서 법원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 읽힐 수도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모든 책임은 제가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관련된 법관들의 과오가 밝혀진다면 역시 자신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재판거래나 재판개입 혐의에 대한 질문에 "편견이나 선입견 없는 공정한 시각에서 이 사건이 소명되기를 바란다"라고 했다. 원칙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사법행정권남용 의혹 사건의 최종 책임자로 지목되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그는 부당한 인사개입은 없었다는 입장도 변함없다고 밝혔다.
2017년 3월 이탄희 판사가 법원행정처의 특정 학술단체 소속 법관 사찰 의혹을 제기한 지 22개월, 2018년 6월 검찰의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가 시작된 지 7개월째다. 양 전 대법원장 소환으로 수사가 마무리단계지만,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검찰은 말 그대로 '편견이나 선입견 없는 공정한' 조사로 전직 사법부 수뇌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가려내기 바란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추가 소환 및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비롯해 전직 대법관들에 대한 신병처리에 한 점 착오가 없도록 신중하게 수사하고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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