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진정 사건 지난해 말 의결…인권위 "사건 처리 지연, 반성하겠다"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자동차 부품 제조 업체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장기간 노사 분쟁 탓에 정신건강이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했다고 11일 국가인권위원회가 밝혔다.
아울러 인권위는 유성기업이 사업장 내 복수노조들에 처우를 달리한 것은 불합리한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공장 도성대 지회장은 2015년 3월 사용자 측이 제1노조를 무력화하기 위해 제2노조를 따로 설립한 뒤 교섭과정과 징계, 근로조건 등에서 노조를 차별 대우했다고 2015년 3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사측은 제2노조의 기획 설립설 등 지회장의 진정 내용을 모두 부인했다. 제1노조가 비타협적 태도로 파업·태업 등 집단행동을 했기에 노사 간 협상이 타결되지 못한 것일 뿐 제1노조를 다른 노조와 차별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지난해 말 의결을 통해 유성기업이 잔업이나 특근을 주고, 그에 따른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할 때 제1노조원을 배제했고, 파업 없이 협상을 타결한 노조 조합원에게만 무분규 타결금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는 차별행위로, 합리적 이유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인권위는 판단했다.
인권위는 또한, 노조 차별 여부에 대한 조사와 함께 비조합원까지를 포함한 유성기업 소속 노동자의 스트레스 등 정신건강상태에 대한 설문과 인터뷰 등 현장조사를 2017년 8월 실시했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433명) 중 최근 1년간 자살을 생각해 봤다는 비율은 18.4%나 됐다. 특히 제1노조 소속 조합원의 경우 이 응답률은 24.0%까지 올랐다.
전체 응답자 중 62%가 일상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응답했고, 배우자(연인)와의 관계나 친구·동료와의 관계가 악화했다는 응답은 각각 53.3%, 74.5%로 나타났다.
설문조사 응답자 중 우울증 징후가 있는 사람은 59명(13.6%),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징후를 겪는 사람은 32명(7.4%)이었다. 이 가운데 제1노조 조합원이 우울증 43명,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25명 등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징후자 가운데 자살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사람은 23명, 실제로 시도한 경험이 있다는 사람은 6명 있었다.
인권위는 "유성기업 사태가 제1노조 조합원의 건강상태를 크게 악화시켰을 뿐 아니라 소속 노조와 무관하게 많은 노동자가 광범위한 정신적 피해를 보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인권위는 유성기업에 제1노조에 대한 과도한 적대행위를 자제하고 대화와 협상을 위한 전향적 입장표명 등 갈등 치유의 여건을 조성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1노조에는 사측 조치에 더 유연히 대응함으로써 상호 불신과 대결적 상황을 해소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냈다.
아울러 고용노동부 천안고용노동지청과 충청남도에는 유성기업 사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중재하고, 피해 노동자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편 인권위는 진정 제기부터 의결까지 3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 데 대해 사과하며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s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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