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범 일사부재리'는 檢에 최악 시나리오…묘수찾기 골몰

입력 2019-01-12 09:11   수정 2019-03-0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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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범 일사부재리'는 檢에 최악 시나리오…묘수찾기 골몰
'폭행+성폭력' 결합범죄가 상해로만 판결나면 성폭력 단죄 어려워
檢, 재판 중인 상해혐의와 관련없는 성범죄는 별도 기소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여자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를 폭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검찰의 변론 재개 요청으로 연기된 가운데 향후 검찰의 재판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수원지검은 이른바 '심석희 폭행' 사건을 심리 중인 수원지법 항소심 재판부에 변론 재개를 요청, 오는 14일로 예정돼 있던 선고기일을 잠정 연기했다.


검찰은 심 선수가 주장한 수차례의 성폭행 피해 사실과 조 전 코치가 받는 상해 혐의 사이에 연관성이 있을 수 있는 만큼 면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이같이 조처했다.
알려진 대로 심 선수가 '죽을 정도'의 폭행을 당하는 과정에서 성폭행 피해도 본 것이 사실이라고 가정할 때, 상해 혐의로만 판결이 내려지면 성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일사부재리 원칙에 의해 처벌이 불가능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일사부재리란 판결이 확정된 같은 사건을 거듭 심판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사건에 적용할 경우 상해 혐의 선고가 먼저 난 뒤 조 전 코치의 성폭행 혐의 가운데 일부가 이미 선고된 폭행과 결합된 형태로 이뤄진 것으로 조사된다면 이 부분 성폭행 혐의는 처벌이 어려울 수 있다.
법원은 일단 항소심 선고기일을 미루고 23일 속행 공판을 열기로 했다.
검찰 입장에서는 시간을 다소 벌게 된 셈이지만, 앞으로 꺼내 들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아 보인다.
검찰은 이어질 속행 공판에서 심 선수의 추가 고소장 접수, 성폭행과 상해 혐의 사이의 연관성 등에 대해 상세히 설명할 계획이다. 성폭행 사건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항소심 선고를 미뤄달라는 취지로 재판부를 설득하리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선고기일을 무한정 연기할 수도 없는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법원이 검찰의 요청을 어디까지 받아들일지는 불투명하다.
성폭행 사건은 최근에야 고소장이 접수돼 초동 수사가 진행 중이고, 기소할 준비를 마치더라도 항소심 진행 중인 폭행 사건과는 심급이 달라 사건 병합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조 씨의 구속 시한도 고려 대상이다.
수일 내 수사에 상당한 진척이 이뤄져 실제로 조 씨의 성폭행 혐의가 윤곽을 드러내는 등 속도가 붙으면 사정이 달라질 수도 있다.
검찰이 성폭행 사실을 공소사실에 추가, 공소장을 변경하는 것을 검토할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또한 법원이 그대로 받아들일지 미지수이다.
아울러 1심을 거치지 않은 혐의를 공소사실에 넣어 항소심 재판을 진행하게 되면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논란이 생길 소지도 있다.
다만 검찰이 취할 선택지가 한정적인 점을 고려하면, 조 씨의 성폭행 혐의에 대한 신속한 수사를 통해 공소장을 어떤 방식으로든 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물론 현재 재판 중인 상해 혐의와 결합되지 않은 성범죄 사건, 즉 범죄 일시와 장소 등이 전혀 다른 성폭행 혐의가 새롭게 밝혀질 경우 확인이 되는 대로 별도로 기소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처벌은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성폭행 사건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조 전 코치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가 한창이던 지난해 1월 16일 훈련 중 심 선수를 수십 차례 때려 전치 3주의 상처를 입히는 등 2011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총 4명의 선수를 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 사건 항소심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12월 중순, 심 선수는 자신이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14년부터 지난해 올림픽 개막 2달여 전까지 조 전 코치로부터 수차례 성폭행과 강제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긴 고소장을 경찰에 제출했다.
ky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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