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어선 생존자, 뒤집힌 배 안 '에어포켓'서 3시간 가까이 버텨

입력 2019-01-11 16:18   수정 2019-01-11 21:14

낚시어선 생존자, 뒤집힌 배 안 '에어포켓'서 3시간 가까이 버텨
충돌사고 후 탈출하려다 안으로 다시 대피…14명 중 3명 사망·2명 실종


(여수=연합뉴스) 장아름 천정인 기자 = "칠흑같이 캄캄한 배 안에서 안에 사람이 있다고 수십, 수백 차례 두드리며 구조를 기다렸습니다."
경남 통영시 욕지도 해상에서 사고가 난 낚시어선 무적호의 생존자 김모(58)씨 등 2명은 배가 완전히 침몰하기 전 물에 잠기지 않아 형성된 공기층인 '에어포켓'에서 3시간 가까이 버티다가 구조됐다.
무적호는 전날 오후 여수에서 출항해 갈치낚시를 끝내고 이날 새벽 귀항하기 위해 여수로 배를 돌렸다. 승객 중 일부는 선실에서 외투를 벗어 옆에 두고 잠을 청했으나 김씨와 일부 승객은 잠을 자지 않고 구명조끼를 입은 채 배 안에 머물렀다.
김씨는 "배를 돌린 지 채 30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느닷없이 꽝, 우지직하는 소리가 들렸다. 사무장이 바로 나와 '구명조끼 빨리 착용하고 나오라'고 했으나 30초도 채 안 돼 배가 그대로 뒤집어져 버렸다"고 말했다.
[통영해양경찰서제공]
김씨는 "배 밖으로 탈출하려고 절반쯤 나왔는데 물을 두 번 마시니까 나가다가는 죽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들어왔다"면서 "안에는 나를 포함해 최소한 3명의 인기척이 들렸다"며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배 안 곳곳은 허벅지까지 물이 차 있었고 매트리스가 있는 것으로 미뤄 선실로 추정했다.
그는 "한 분이 들어가자마자 기침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괜찮으시냐고 물었는데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나중에 (구조되고) 보니 돌아가셨더라"고 안타까워했다.

김씨 등은 바깥쪽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안에 사람이 있다며 수십차례 배를 두드리며 구조를 기다렸다.
같은 시각, 뒤집힌 배 위에 있던 사람들과 바닷물에 빠진 사람들도 소리를 치며 구조를 요청했다.
뒤집힌 배 위에 있던 낚시객들은 주변의 큰 배가 너무 가까이 접근하는 것을 조심시키며 배 안쪽에도 사람이 있음을 알렸다.
김씨는 "바닥에 이미 다리까지 물이 찬 상태였지만 매트리스가 많이 있어 그것을 깔고 체온을 유지하며 버틸 수 있었다"며 "체감상 3시간 가까이 버텼는데 불빛이 보여 '이제 살았구나' 싶어 소리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배 안에서 두유 2개를 발견했지만 언제 구출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함께 갇힌 다른 생존자에게 참아보자고 했다가 불빛을 발견하고는 그때야 마셨다"며 "이런 일이 나한테 닥칠 줄은 꿈에도 몰랐다.그저 (돌아가신 분들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통영해양경찰서 제공]
이날 오전 5시께 경남 통영시 욕지도 남쪽 약 80㎞ 해상에서 14명을 태운 9.77t급 낚시어선 무적호가 전복돼 선장 최모(57)씨 등 3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areu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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