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상한 팔다리로 한걸음씩…땅 디딘 굴뚝농성자들 '뜨거운 눈물'

입력 2019-01-11 16:59   수정 2019-01-11 18:45

앙상한 팔다리로 한걸음씩…땅 디딘 굴뚝농성자들 '뜨거운 눈물'
홍기탁 전 지회장·박준호 사무장, 426일 고공농성 마치고 지상으로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1년 하고도 두 달이 지나는 동안 75m 굴뚝 위에서 버텨낸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소속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 이들은 11일 오후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떨리는 마음으로 땅을 밟을 준비를 시작했다.
오후 2시 30분께 이들을 데리고 내려올 구급대원들이 굴뚝 외벽에 붙은 사다리를 밟고 올라갔다.
소방 관계자들은 최대한 안전하게 이들을 데리고 내려올 방법으로 헬기와 베드(침대)까지 고려했지만, 이마저도 위험해 천천히 걸어 내려오는 방법을 택했다고 '스타플렉스(파인텍 모회사)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은 전했다.
땅 위에서 두 노동자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홍기탁 힘내라, 박준호 힘내라, 우리가 함께할게" 등의 응원 구호를 외쳤다.

두 노동자는 오후 3시 20분께 자신들의 짐부터 내려보냈다.
10여 분 뒤 내려오기 위해 자신의 몸에 끈을 묶기 시작했고, 마지막 짐을 내려보낸 뒤 박준호 사무장부터 수직으로 연결된 계단을 밟았다.


박 사무장이 구급대원의 안내를 받아 내려오는 동안 땅 위에서는 마지막까지 무사 귀환을 기원하면서 '동지가'를 함께 불렀다.
박 사무장이 수직으로 이어진 계단을 지나 지상과 가까운 나선형 계단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여기저기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공동행동 소속 일부 활동가는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홍 전 지회장은 박 사무장에 이어 오후 4시께부터 지상 복귀를 준비했다.
'메마른 나뭇가지' 같은 몸으로 조심스럽게 계단 하나하나를 밟아 내려온 홍 전 지회장은 나선형 계단에 이르렀을 때는 구조대원들의 부축을 받아 10여 분 만에 75m 아래 땅을 밟았다.

두 번의 겨울을 공중에서 맞이하고 마침내 지상으로 복귀한 이들은 한눈에 봐도 수척해 보였다.

많은 인파에 둘러싸인 채 이동형 침대에 비스듬히 앉은 이들의 손에는 작은 꽃다발이 쥐어졌고, 지상에서 한 달 넘게 단식을 해온 차광호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지회장은 박 사무장의 손을 꼭 잡아줬다.
마찬가지로 지상에서 단식하던 송경동 시인은 오열하면서 눈물을 터뜨렸고, 홍 전 지회장, 박 사무장, 차 지회장 외에 김옥배·조정기씨까지 파인텍 공장으로 돌아가게 된 5명이 다 모이자 박 사무장도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426일만에 땅 디딘 굴뚝농성자들 "올곧게 나가겠다" / 연합뉴스 (Yonhapnews)

so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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