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현장대리인 자리 수시로 비워…"안전관리 실효성 떨어뜨렸다"
(세종=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비정규직 근로자 김용균 씨가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한 한국서부발전에서는 규정을 어긴 형식적인 안전관리가 이전부터 고질적으로 반복된 것으로 파악됐다.
13일 서부발전의 안전·재난관리 감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서부발전에서는 도급업체가 제출한 안전관리계획을 검토해 승인하기 전에 시설물 정비나 보수 공사 등을 먼저 시작한 사례가 다수 있었다.
계약업체가 안전관리계획서를 제출하면 서부발전이 이를 검토해 미비점을 보완하게 하는 등 조치 후 승인해야 하는데 공사를 먼저 시작하고 안전관리 계획서를 나중에 검토해 승인한 것이다.
태안발전소에서는 2017년 4월 외곽 수로 공사를 시작했는데 착공일로부터 20일이 지난 뒤에 안전관리 계획서를 검토 승인하는 등 유난히 착공일 이후 안전관리계획 검토 승인 비중이 컸다.
태안발전소는 2016년 1월∼2018년 3월 주요 공사 360건 중 95건에 대해 착공일 이후 안전관리 계획을 검토·승인했다.
공사에 따라서는 착공일보다 안전관리 계획서 검토 승인일이 2개월 가까이 늦어진 경우도 있었다.
평택발전소가 2016년 4월∼2018년 2월 실시한 주요 공사를 보면 143건 가운데 32건이 착공일보다 안전관리 계획서 검토·승인 시점이 늦었다.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 요인을 사전에 파악해 제거하는 등 사고 위험을 줄이는 것이 안전관리계획서를 점검하는 목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뒤늦게 안전관리 계획서를 검토 승인하는 관행 때문에 안전관리 제도가 요식행위로 전락했을 우려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부발전에서도 자체적으로 공사를 시작한 후에 안전관리 계획을 점검하는 일이 반복된 것에 관해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관리의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공사 현장 감독도 허술했다.
서부발전의 공사관리규정에 따르면 법령이 정하는 자격이 있는 자를 현장대리인으로 임명해 공사 현장에 상주시켜야 한다.
하지만, 서인천발전본부가 2016년 4월∼2018년 4월 실시한 5개 공사에서는 현장 관리인이 수시로 자리를 비운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5개 공사의 공사일은 총 184일이었는데 이 가운데 37.0%인 68일간 현장대리인이 현장을 지키지 않는 등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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