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외교장관 공항서 영접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가정 학대를 피해 탈출한 사우디아라비아의 10대 소녀 라하프 무함마드 알-쿠눈(18)이 12일(현지시간) 망명을 허용한 캐나다에 도착했다고 AFP통신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알-쿠눈은 이날 캐나다 토론토의 피어슨 국제공항에 도착하며 트위터에 "오마이갓(OMG)…내가 캐나다에 있어요, 여러분"이라는 글과 함께 자신의 비행기가 공항에 착륙하는 동영상을 올렸다.
"용감한 새 캐나다인 왔다" 사우디 10대 소녀 망명 환영 / 연합뉴스 (Yonhapnews)
알-쿠눈은 '캐나다'란 글씨가 새겨진 회색 후드 티셔츠에 유엔난민기구(UNHCR) 로고가 박힌 파란 모자 차림으로 공항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외교부 장관과 함께 밝게 웃으며 사진기자들 앞에 섰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프리랜드 외교장관은 기자들에게 "이 사람이 바로 용감한 새 캐나다인인 라하프 알-쿠눈"이라고 소개한 뒤 "(알-쿠눈이) 자신이 이곳에 있고, 무사하며, 새로운 집에 오게 돼 매우 행복하다는 것을 캐나다인들이 보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프리랜드 장관은 그러나 "그녀는 아주 긴 여행을 했고 아주 많이 지쳐서 당장은 질문을 받지 않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망명 허용과 관련해 캐나다는 "전 세계의 인권을 지지하며, 우리는 여성의 권리 역시 인권이라는 것을 강력히 믿는다"라고 말했다.
알-쿠눈은 가족의 학대를 피해 호주로 망명하겠다며 쿠웨이트 공항을 출발해 6일 태국 방콕 수완나폼 공항에 도착했다. 그러나 태국 공항에서 여권 등을 빼앗긴 뒤 공항 내 호텔에 억류됐다.
그는 호텔 방에서 가구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친 채 사우디 강제송환을 거부하며 트위터를 이용해 "본국으로 송환되면 생명이 위태로워진다"며 가족 학대를 이유로 망명을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알-쿠눈의 사연이 보도되면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고 유엔난민기구가 개입해 강제송환 위기를 넘겼다. 학대를 부인하는 아빠 등 가족이 방콕으로 오기도 했지만 알-쿠눈은 만남을 거부했다.
결국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망명을 허용하겠다고 깜짝 발표하면서 알-쿠눈은 태국에서 대한항공을 타고 인천공항 경유, 연결편을 이용해 이날 토론토에 도착했다.
외신들은 캐나다가 망명을 허용함으로써 사우디와의 관계가 더 경색될 것으로 전망했다.
캐나다가 작년 8월 사우디의 인권 상황을 비판하면서 외교적 갈등이 촉발됐고, 사우디는 캐나다 외교관을 추방하고 캐나다에 있던 자국 학생들을 불러들였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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