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셧다운 출구전략' 부재…"트럼프, 北·中에 승리자랑만"

입력 2019-01-14 01:40   수정 2019-01-14 02:05

백악관 '셧다운 출구전략' 부재…"트럼프, 北·中에 승리자랑만"
WP "트럼프, 공화당 오찬서 셧다운해법 보다 시진핑·김정은과 케미 입담"
"'거래의 달인' 자임 트럼프, 셧다운 시험대서 좌충우돌·오락가락"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국경장벽 예산 갈등으로 인한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가 13일(현지시간)로 23일째에 접어들며 역대 최장 기록(21일)을 연일 경신하는 가운데 백악관도 이렇다 할 출구 전략을 마련하지 못한 채 시름만 커지는 모습이다.
민주당과의 장벽 대치 과정에서 강경 지지층을 바라보며 마이웨이를 이어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벼랑 끝 원맨쇼'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해법 모색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가 '역대 최장 셧다운 과정에서 트럼프가 보여주고 있는 '반항'의 이면'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전한 뒷얘기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일 의회에서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비공개 오찬을 했을 당시 셧다운 해결전략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정작 그는 자신이 얻어낸 '승리'를 되뇌이는데만 연설의 초장 20여분을 할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문제)에 대해 승리하고 있다. 우리는 시리아에 있어서도 승리하고 있다. 우리는 중국과의 무역 전쟁도 승리하고 있다"며 대외정책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은 뒤 셧다운 문제에서도 공화당이 함께 끝까지 버티면 승리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WP가 회의 참석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벼랑 끝 전술' 외에는 그 어떤 승리 방안에 대해서도 제시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오찬에서 자신이 거둔 외교적 성과를 상세히 기술하면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관계를 스스로 추켜세웠다고 WP는 전했다.
그는 독재자들과 동맹들을 거론하며 "나는 내가 왜 유한(soft) 지도자들이 아니라 모든 터프(tough)한 지도자들과 잘 지내는지 모르겠다"며 '입담'을 늘어놨다고 WP는 오찬 참석자들을 인용해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셧다운 사태가 역대 최장 기록을 갈아치운 12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나는 정말이지 셧다운에 대한 구상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작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들은 셧다운 사태가 몇 주 더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하면서도 출구를 찾기 위해 허둥지둥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실제로 셧다운과 관련해 백악관 내에 전략은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이로 인해 백악관 내 인사들도 좌절감을 느끼고 있는 상태라는 게 전·현직 참모들의 전언이다. 한 인사는 현 상황에 대해 "미쳐 버리겠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유권자들에게 세계 최고급 '거래의 해결사'라며 '세일즈' 해왔지만, 이번 셧다운 국면에서 믿을 수 없는 협상가의 실체만 드러났다고 WP는 보도했다. 의회 권력이 분점 된 상태에서 맞닥뜨린 첫 시험대에서 오락가락하는 모습만 보이며 좌충우돌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셧다운 발생 전 '셧다운 하는 것이 자랑스럽다'고까지 했다가 막상 셧다운이 현실화하자 민주당에 그 책임론을 떠넘기며 연일 맹공에 나섰으며, 국가비상사태 선포 문제에서도 일관되지 못한 메시지로 혼선을 초래했다고 WP는 지적했다.
지난달 셧다운 데드라인이 다가오면서 공화당 지도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셧다운의 위험에 대해 여러 차례 경고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듣고도 셧다운을 강행했다고 당시 상황을 잘 아는 관리들을 인용해 WP가 전했다.
미치 매코널(켄터키)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렛대가 없다. 분명한 전략 없이는 마치 협곡에 갇힌 듯한 신세가 될 수 있다"고 헤어나오기 쉽지 않다는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하원의장과 척 슈머(뉴욕) 상원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가 합의를 하고 싶어도 민주당 내 강경파들의 압박으로 인해 타협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일부 강경 인사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서면 핵심 지지층이 반란을 일으킬 것이라면서 장벽에 대한 '끝장 대결'을 주장하자 케빈 매카시(캘리포니아)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셧다운 돌입 이후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지 나에게 말해달라. 우리의 다음 조치가 뭔지 알고 싶다"고 전략을 추궁했다는 후문이다.
셧다운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터프'하게 보인다는 점과 지지층의 지지를 얻었다는 점에 대해 자랑해왔다고 참모들이 WP에 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현 '장벽 대결'을 지난한 입법적 협상의 과정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실시간 대여론 전의 측면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한다. 황금시간대(프라임타임)를 노린 대국민 연설이나 남쪽 국경 지역 현장 방문 등이 그 예라는 것이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 부처 운영 및 그 업무의 세부내용에 대해서는 대체로 관심이 없다는 게 참모들의 전언"이라고 보도했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친(親)트럼프계 중진인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 주축으로 한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지난 9일 샤히라 나이트 백악관 의회 담당 선임보좌관, 트럼프 대통령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 등과 만나 보다 광범위한 이민 타협안을 논의하는 등 당내에서도 해법 찾기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그레이엄 의원 등은 절충안을 지난 10일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전달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이 장벽에 대해 협상한다는 의향을 나타낼 때까지 정부의 문을 다시 여는 것에 관심이 없다"며 이들의 협상안을 거부했다고 WP는 보도했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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