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北 견인 '카드'로 부상하나

입력 2019-01-14 13:47   수정 2019-01-14 13:55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北 견인 '카드'로 부상하나
국제사회 제재망 촘촘…'포괄 면제' 받으려면 美의지 중요
정부, 여전히 신중…개성공단 기업인 16일 방북 어려울 수도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가 연초 남북관계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두 사업이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할 협상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에 주목하는 시각이 많아지고 있다.
개성공단·금강산관광의 '조건 없는 재개' 의지를 밝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이후 남측 당국자들의 후속 발언이 잇따르면서 최근 사업 재개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신년 회견에서 두 사업에 대한 "북한의 조건 없고 대가 없는 재개 의지를 매우 환영한다"며 "제재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정부 고위당국자가 "개성공단 재개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유엔 안보리) 제재를 면제받기 위해서 벌크캐시가 (북한에) 가지 않는 방식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한 사실도 알려졌다.
'개인 생각'을 전제로 한 발언이지만, 정부 당국자가 개성공단을 재가동하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어 관심이 쏠렸다.
과거 남측은 개성공단 북측 노동자의 임금을 노동자 본인이 아닌 북측 기관(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에 일괄적으로 지급했다. 이것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서 금지한 대량현금(벌크캐시) 이전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임금 지급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개성공단이 2016년 2월 문을 닫은 후 국제사회가 구축한 제재망이 워낙 촘촘한 탓에 '벌크캐시' 문제를 피해간다 해도 여전히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이다.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21호는 대북교역에 대한 공적·사적 금융지원과 회원국 금융기관의 북한 내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경협보험 적용과 남측 은행의 공단 내 지점 개설 등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어 채택된 결의 2375호와 2397호는 북한의 섬유 수출과 기계류·전자기기 수출을 각각 금지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중 섬유·봉제 기업이 59%, 기계·금속이 19%, 전기·전자가 10%이어서 생산 품목의 대부분이 해당한다.
금강산관광의 경우 개성공단보다는 "(제재 문제가) 가벼울 것"(고위당국자)이라는 관측이지만, 역시 벌크캐시 금지에 걸릴 수 있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았다.
따라서 현행 국제 제재 체제에서 두 사업을 재개하기는 쉽지 않고,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돼 제재가 해제되거나 남북관계의 특수성 등을 이유로 사업에 대해 '포괄적' 제재 면제를 받아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두 사업이 제재 면제를 받으려면 안보리 대북제재의 핵심 결정자인 미국의 의지가 중요한 셈이다.
최근 2차 북미정상회담 준비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미국이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를 북한의 비핵화 행동을 견인할 '상응조치' 카드로 사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드는 이유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의 재개 전망이 마련된다면 전반적인 제재 틀을 무너뜨리지 않고도 북한이 가장 원하는 남북경협 사업에 숨통이 트이게 된다는 점에서 비핵화 조치의 반대급부로 매력적이다.
특히 미국 입장에서는 별다른 비용 없이 남측의 요구를 들어주는 방식으로 북한의 요청을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은 개성공단·금강산관광을 비롯한 대북제재 완화 가능성에 대해 여전히 가시적인 태도 변화는 보이지 않고 있다.
남측 정부도 북한의 '재개 의지'에 원칙적으로는 호응하고 있지만 관련해서 구체적 행동에 나서는 데는 매우 신중한 분위기다.
한 정부 당국자는 "남북미 3자가 같은 속도로 가야 한다"며 "결국 북미에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개성공단 기업인들이 오는 16일 자산점검을 위해 방북하겠다고 신청한 것에 대해서도 '공단 재개를 준비하는 신호'로 해석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통일부는 방북 승인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미국, 북한 등과 협의하는 데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당초 기업인들이 신청한 16일 방북이 성사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14일 정례브리핑에서 "(기업인들이) 16일 방북신청을 했는데 그런 부분들은 조금 더 검토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kimhyo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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