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에 국토부 문건 의혹까지…택시문제 엉킨 실타래 풀 해법은

입력 2019-01-14 17:35   수정 2019-01-14 17:41

분신에 국토부 문건 의혹까지…택시문제 엉킨 실타래 풀 해법은
"택시업계 부정여론 활용 지침" 의혹 보도…국토부 "논의한 바 없어"
국토부 "택시산업 발전과 기사 처우 개선 위해 사회적대화 참여해야"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택시업계가 택시기사의 잇따른 분신에 이어 국토교통부가 택시업계에 부정적인 여론을 활용하라는 내부 지침을 만들었다는 보도까지 나오자 격앙된 모습이다.
택시업계는 당장 오는 16일로 예정됐던 분신으로 숨진 택시기사 임모(64)씨의 장례를 무기한 연기하고 국토교통부 장관 사퇴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국토부는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국토부는 "일부 언론이 보도한 내용은 국토부에서 논의·보고된 바 없다. 만약 부적절한 논의가 있었다면 관련자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아울러 택시업계가 카풀 문제 해결과 택시산업 발전을 논의하기 위해 정부·여당이 제안한 '사회적 대타협 기구'에 참여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 잇단 분신에 국토부 내부 문건 의혹까지…격앙된 택시업계
카풀을 둘러싼 택시 문제는 한 달 새 냉·온탕을 오가고 있다.
지난달 19일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 위원장 전현희 의원은 카풀 서비스 도입을 둘러싼 갈등과 관련해 택시 4단체 대표가 사회적 대타협기구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발표, 문제 해결의 기대감을 키웠다.
그로부터 9일 전, 법인택시 기사 최모(57)씨가 카풀 서비스에 항의하며 택시 안에서 분신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났고, 이에 카카오[035720]가 카풀 정식 서비스 도입을 연기했다.

정부와 여당도 택시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중재를 시도하며 대화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곧 택시업계가 '카풀 서비스 전면 중단'이 사회적 대타협기구 참여 전제 조건이라고 밝히며 대화 기류는 냉랭하게 변했다.
대화는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었고, 지난 9일 광화문 인근에서 개인택시 기사 임모(64)씨가 자신의 택시 안에서 분신해 숨지는 사고가 또 발생하자 택시업계는 카풀 서비스 도입이 택시기사 생존권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이라며 반발 수위를 높였다.
택시 4단체는 국회 앞 천막농성장에 임씨의 분향소를 설치하고 7일장을 치른 뒤 오는 16일 서울 광화문과 판교 카카오모빌리티 앞에서 노제를 치르기로 했지만, 14일 국토부 내부문건이 한 언론을 통해 보도되며 노제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보도 내용은 국토부가 언론 등에 택시 단체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택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활용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긴 내부문건을 만들어 활용했다는 것이다.
택시 4단체는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해당) 언론 보도를 접하며 100만 택시가족은 참담한 심정과 함께 걷잡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며 국토부 장관 사퇴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국토부는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은 국토부 내에서 논의 및 보고된 바 없다"며 "만약 본 사안에 대해 부적절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면 관련자에게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고 해명했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현재 국토부는 택시 정책과 관련해 어떤 것도 확정한 안이 없는 상태다. 택시산업 발전을 위한 초안을 만들어 택시업계와 협의하며 최종안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 작업이 대화 단절로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국토부 "사회적 대화 통해 해결책 찾는 지혜 필요"
택시업계는 카풀 서비스 도입이 택시 생존권을 위협할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국토부의 시각은 다르다.
국토부는 택시업계의 문제가 고질적인 저임금으로 인한 기사 수요 부족, 택시기사 고령화에 따른 출퇴근 시간대 수요·공급 불균형 등에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택시업계와 지속적으로 대화하며 해법을 찾고 있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택시산업에 누적된 고질적인 저임금 문제와 서비스 문제 등은 사실 카풀 서비스 도입과는 큰 연관이 없는 문제"라며 "정부는 택시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택시 노동자의 처우가 개선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에 대해 택시업계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자고 제안한 상태"라고 말했다.
국토부가 택시업계에 제안한 대안 중 하나는 사납금제 폐지와 완전월급제 도입이다.
현재 하루 12시간 일하면서 월 215만원 정도 수입을 올리는 열악한 상황인 택시기사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일한 시간 만큼 안정적으로 최저임금 수준의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월급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택시에 우버 같은 IT 플랫폼을 연결해 사전에 예약하고 결제하는 서비스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시행해 택시 운행률을 높이고 매출을 증가시키자는 안도 제안했다.
활동성이 떨어지는 고령의 개인택시 기사에게 면허를 반납받아 대금을 연금 형태로 지급하고, 택시는 젊은 사람에게 운행하게 하는 방안도 논의 테이블에 올라갔다.
카풀 문제는 현행법이 카풀 가능 시간대로 규정한 '출퇴근 시간대'를 '하루 2회' 횟수 제한으로 해석해 혹여나 카풀 제도를 악용해 자동차로 택시와 유사한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규제하자고 했다.
또 카풀 시스템에 출발지와 도착지를 분명히 정하게 하는 등 엄격한 관리를 카카오 등 업체에 요구하는 식의 대안도 제시한 상태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는 택시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고 택시기사들의 삶의 질이 나아지길 바란다"면서 "택시 단체들이 대승적으로 판단해 사회적 대타협기구 대화에 참여해 줄 것으로 진심으로 촉구한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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