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쑤성 진후현서 '불량 백신' 맞은 어린이 부모들 과격시위
진후현 당국 "백신 맞은 어린이 145명"…발표보다 많을 가능성도
NYT "공산당에 또 다른 도전…중산층 식품안전·공해·보건 좌절감"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중국에서 또 유통기한을 넘긴 백신이 어린이들에게 대량으로 접종되는 사건이 발생해 파문이 일고 있다.
중국 장쑤(江蘇)성 진후(金湖)현 당국은 유통기한이 지난 소아마비 백신을 접종받은 어린이들의 부모들이 항의시위에 나서자 관련 사건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미국의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진후현 당국은 지난 11일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을 통해 조사결과 145명의 어린이가 유통기한이 작년 12월로 끝난 경구용 소아마비 백신(OPV)을 맞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진후현은 "이번 일은 유관 부서의 과실과 감독 소홀을 드러냈다"면서 책임자들을 엄중히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문제의 백신을 맞은 것으로 추정되는 어린이들의 부모 수백명은 현 청사 밖에서 결렬한 항의시위를 벌였다.
중국의 메신저인 위챗(WeChat)에 올라온 동영상을 보면 시위자 가운데 일부는 공안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또 시위자 수십명은 진후현 당 서기를 에워싸고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진후현 공안 당국은 12일 성명에서 시위대 가운데 선동 혐의로 3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진후현 공안 당국은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은 백신을 맞은 어린이들의 부모들이 문제를 일으키고, 루머를 확산하고, 시위를 선동하고, 현 당국의 출입문과 교통을 봉쇄하고 공공질서를 어지럽히려 했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백신을 맞은 어린이들이 생후 3개월에서 4년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진후현 당국은 유통기한이 지난 백신을 접종받은 어린이들이 145명이라고 밝혔지만, 문제의 백신을 맞은 어린이들이 당국의 발표보다 더 많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관영 매체들은 부모들의 항의시위에 대해선 일절 보도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여름에도 중국 2위의 제약회사인 지린(吉林)성의 창춘창성(長春長生) 생명과학이 품질 미달의 DPT(디프레티아·백일해·파상풍) 백신을 대량으로 유통한 혐의가 적발되면서 중국 전역이 발칵 뒤집혔다.
당시 문제의 백신을 접종받은 어린이가 48만여 명에 달한다는 집계가 나오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 최고지도부가 직접 나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당국은 창춘창성 생명과학의 회장을 비롯해 18명을 체포하고, 91억 위안(약 1조4900억원)의 벌금을 징수했다.
당국은 감독 소홀을 이유로 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총국국장, 전·현직 지린성 부성장 2명과 창춘 시장 등 차관급 7명을 포함해 관련자 50명가량을 문책했다.
아울러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불량 주사기, 가짜 데이터, 엉터리 표식 등으로 얼룩진 백신 산업을 통제하기 위한 법안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 13일 제19기 중앙기율검사위원회(중앙기율검사위) 제3차 전체회의를 열어 민생부문의 부패 척결을 약속한 상황에서 또다시 백신 스캔들이 발생하면서 중국 공산당 지도부도 곤란한 입장에 처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NYT는 "진후현의 시위는 집권 중국 공산당에 또 다른 도전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공산당의 주요 지지 기반인 중국의 중산층이 중국 정부가 식품 안전, 공해, 보건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NYT는 덧붙였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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