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감독 실무자와의 인적 관계 때문이라고 해석 가능"
"한국, 금융감독 권한 금감원에 집중"…감독업무 분산 필요성 제기
(세종=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금융회사가 감독 당국 출신을 고위직으로 영입해 방패로 활용한다는 세간의 인식을 뒷받침하는 실증적 분석 결과가 국책 연구기관에서 나왔다.
이기영·황순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5일 KDI 소식지 'KDI 포커스' 94호에 실은 논문 '금융당국 출신 인사의 금융회사 재취업에 따른 경제적 효과'에서 금융감독원 출신 인사를 임원으로 채용한 민간 금융회사는 제재를 받을 확률이 낮아진다고 밝혔다.
논문에 따르면 금감원 출신 인사가 민간 금융회사 임원으로 취임하면 첫 3개월간 해당 금융회사가 제재를 받을 확률이 16.4% 감소했다.
금감원 출신 인사를 임원으로 채용한 금융사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제재받을 확률이 16.4% 낮았다는 의미다.
금융회사가 부실자산 비율을 1%포인트 낮추면 제재받을 확률이 약 2.3% 줄어드는데 금감원 출신 인사를 임원으로 채용하면 약 7배의 효과가 나는 것이다.
금감원 출신 인사가 임원으로 취임하고 나서 두 번째 분기부터는 제재감소 효과가 관측되지 않았다.
논문은 "현직 인사와의 인적 관계로 인한 영향력은 퇴직 이후 비교적 빠른 속도로 줄어들 수 있다"며 "이러한 점에서 금감원 출신 임원이 취임한 이후의 제재감소 효과는 주로 현직 감독 실무자와의 인적 관계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예를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외 금융규제 환경이 급변하면서 기존에 금융당국 출신 인사가 축적한 전문지식의 유용성이 빠르게 상실돼 제재감소 효과가 단기적으로 관측됐을 가능성도 있다"며 전문성이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는 견해를 함께 제시했다.
금융사가 금감원 출신을 임원으로 채용해서 생기는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논문은 또 금감원 출신을 채용해서 제재확률이 낮아진 시기에 금융사의 운영위험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감원 출신 금융회사 임원이 운영위험을 낮추기 때문에 해당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하는 제재가 감소했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풀이했다.
논문은 다만 "금감원 출신 임원이 운영위험 지표에는 반영되지 않지만, 제재 사유가 되는 위험 요소를 관리하는데 전문성을 발휘했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며 전직 당국자 채용의 효과에 관해서는 더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여지를 남겼다.
미국은 금융당국 출신 인물이 민간 금융사에 취업해도 제재 확률에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분권형 금융감독 구조 영향으로 추정됐다.
한국은 금융감독에 관한 업무 대부분을 금감원이 하는 집중형 금융감독 시스템이다.
이에 관해 논문은 "다수의 선행 연구들은 한 기관에 감독 권한이 집중되면 부당한 유착 관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논문은 "감독 시스템의 구조적 차이가 부당공동행위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면 향후 금융개혁을 추진함에 있어서 지금의 집중형 감독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논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또 "필요하면 금융감독 업무의 책임과 권한을 다수의 기관으로 분산시키는 대대적인 시스템 개편까지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당국 간 정보공유 및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금감원과 달리 금융위원회·기획재정부·한국은행 출신 인사가 임원으로 취임한 금융회사는 제재확률에 의미 있는 변화가 없었다.
재무적 위험관리 성과는 한국은행 출신을 채용했을 때만 변화가 있었다.
한은 출신을 채용한 경우 임원 취임 두 번째 분기에 재무적 위험관리 성과가 3.94%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논문에 따르면 2011∼2016년 금융회사에 재직한 임원의 16.3%가 공직 경력을 보유했으며, 이 중 67.2%가 기재부, 금융위, 금감원, 한국은행 등 금융당국 출신이었다.
여기에는 장·차관급 인사나 금감원장이 금융사 임원으로 취임한 사례 등도 포함됐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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