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어 4호, 토마토·크레스 재배하며 누에도 키워…중계방송도 예정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화성에 홀로 남겨진 우주비행사가 온실에서 식량과 토마토 등을 키우며 생존하는 영화 '마션'이 현실화할 수 있을 것인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3일 인류 최초로 달 뒤편에 착륙한 중국의 탐사선 '창어(嫦娥) 4호'가 달에서 식물을 키우는 실험에 착수한다고 15일 보도했다.
100일간 진행될 이 실험에서는 창어 4호가 달에 가져간 높이 18㎝, 지름 16㎝의 원통형 알루미늄 합금 용기에서 토마토와 샐러드용 갓류 식물인 크레스(cress)가 재배된다.
이들 식물이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사이 용기에 함께 넣어진 누에 알은 부화를 거쳐 나방으로 성장하게 된다.
누에는 토마토와 크레스가 배출하는 산소를 소비하게 되며, 대신 이들 식물이 필요로 하는 이산화탄소와 거름으로 쓰일 배설물을 공급한다.
중국 우주개발을 총괄하는 중국국가항천국은 '달 표면의 마이크로 생태계 순환'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과정을 영상으로 중계해 지구에서도 볼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이 밀폐 용기의 무게는 3㎏에 불과하지만, 그 제작에는 1천만 위안(약 17억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내부에 설치된 카메라 가격만 60만 위안(약 1억원)에 달한다.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데 성공한 최초의 실험이 될 전망이다.
지난 2016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지니아(zinnia)의 꽃을 피우는 데 성공했지만, 아직 다른 행성에서 식물을 재배하지는 못했다.
이 실험을 총괄하는 과학자 셰겅신은 "성공한다면 이는 중국이 우주개발에서 다른 나라들을 따라잡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게 될 것"이라며 "인간이 우주에서 살 수 있는 기초를 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낮 온도가 100℃를 넘고 밤 온도는 -100℃ 이하로 떨어지는 달 표면에서 식물을 재배하기는 쉽지 않은 실험이 될 전망이다. 태양에서 오는 방사선과 낮은 중력이 미치는 영향도 이겨내야 한다.
셰겅신이 이끄는 연구팀은 밀폐 용기 내 온도가 1∼30℃를 유지하게 하고, 태양광 외에 물과 영양분을 공급해 이들 식물이 안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ss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