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해녀 사건에 전체 인구 270명 중 130명 가담…'집단 도덕 불감증' 심각
![](https://img.yonhapnews.co.kr/photo/yna/YH/2019/01/15/PYH2019011515890005700_P2.jpg)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어업피해 보상금은 당연히 받아야 할 '눈먼 돈'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마을 주민들의 절반을 범죄자로 만들었습니다."
나잠어업(해녀) 조업 실적을 허위로 꾸며 각종 어업피해 보상금을 받아 챙긴 주민들이 무더기로 해경에 적발된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의 한 마을은 전체 인구가 270명밖에 되지 않는 작고 평화로운 어촌마을이다.
그런데 이 마을 어촌계장과 전 이장을 비롯한 마을 인구의 절반가량인 130여 명이 사기 범죄에 가담, 전과자로 전락할 처지에 놓이면서 마을이 뒤숭숭한 분위기다.
15일 기자가 찾은 이 마을은 20여 척의 어선이 포구에 정박해 있고, 여기저기 그물이 흩어져 있는 전형적인 어촌의 모습이었다.
2∼3명의 어부는 평소처럼 배를 점검하고, 마을 한쪽 작은 바닷가에는 사건을 아는지 모르는지 해녀 2명이 자맥질하며 물질을 하고 있었다.
포구 주변을 지나다니던 주민 두 명은 외부인을 맞닥뜨리자 불편한 심사를 토로했다.
사건에 관해 묻자, 한 주민은 "해경이 잘못 알고 수사를 한 것"이라며 "언론 보도 내용도 다 틀렸다"고 흥분했다.
[울산해양경찰서 제공]
다른 주민은 "사건에 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 마을을 관할하는 서생면의 한 공무원은 "너무 조용해서 마을에서 그런 큰일이 일어나고 있었는지 전혀 몰랐다"며 "요즘엔 주민들이 마을 이야기를 밖에서 잘 안 하기 때문에 우리로서도 알 수가 없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마을 주민 중 해녀로 등록한 사람은 136명인데 이 중 80%인 107명이 가짜 해녀로 밝혀졌다. 이중 남자만 51명이다.
해녀로 유명한 제주도 전체 나잠어업 신고자가 40여명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기형적인 구조였다.
과거에는 이 마을에 해녀가 많지 않았지만, 원자력발전소 공사 때 해녀에게 보상금이 많이 지급되자 이후부터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상금이 나온다는 소문을 듣고 전입도 늘었다.
해경은 보상금에 눈이 어두워 주소만 두고 실제로는 살지 않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경은 이 마을 주민들이 해양 공사와 관련된 어업피해 보상금을 '당연히 받아야 할 눈먼 돈'으로 인식해 죄의식 없이 범죄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했다.
해경 조사 결과 가짜 해녀와 진짜 해녀 모두 조업 실적을 허위로 작성했으나, 도덕적 경계심은 전혀 없었다.
![](http://img.yonhapnews.co.kr/photo/yna/YH/2019/01/15/PYH2019011515780005700_P2.jpg)
허위 조업 실적을 근거로 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 울산지방해양수산청, 한국석유공사, 울산도시공사 등은 아무런 의심 없이 이 마을에 14억여원의 어업피해 보상금을 지급했다.
주민들은 해경에 검거된 후 조사 과정에서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 "마을 사람들 전체가 다 이렇게 했다"는 등 집단 도덕 불감증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일부 주민들은 앞으로 지급될 보상금이 이번 사건의 여파로 지급되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했다.
해경 관계자는 "서생면 지역 어민들에게는 한수원과 한국석유공사의 어업피해 보상금을 계속 지급할 예정"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민 세금인 보상금이 불법적으로 지급되는 일이 없도록 어민 인식 개선 교육과 감시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yongt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