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또 '마라톤 조서검토'…영장청구 결정 내주로 미뤄질 듯(종합)

입력 2019-01-16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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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또 '마라톤 조서검토'…영장청구 결정 내주로 미뤄질 듯(종합)
3차 출석 때도 9시간 검토…한번 더 출석해 조서 읽을 듯
檢, 징용재판 '재판거래' 과정 적힌 김규현 前수석 업무수첩 확보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마라톤 조서검토'를 이어가면서 그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 결정이 다음 주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16일 검찰 등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15일 오전 9시 20분께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3차 조사를 받았다.
양 전 대법원장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2시께까지 각급 법원의 공보관실 운영비를 비자금으로 조성해 썼다는 의혹 등에 대한 신문을 받았다.
이어 밤 11시까지 지난 14일 있었던 2차 조사에 따른 피의자 신문 조서를 검토하고 귀가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도 조사 시간(식사·휴식 시간 포함)인 4시간 30분의 두 배에 달하는 9시간을 조서검토에 투입했으나 2·3차 조사에 따른 조서검토를 모두 마치지 못했다.
검찰은 1·2차 소환 조사 때 ▲ 일제 강제징용 사건 재판개입 ▲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 ▲ 옛 통합진보당 재판개입 ▲ 헌법재판소 내부기밀 불법 수집 등 핵심 의혹을 조사하고, 이날 남은 혐의에 관해 물었다. 그는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번 주 안에 검찰에 한 차례 더 자진 출석해 조서 열람을 이어가기로 했다.




통상 검찰 조사를 받고 나면 변호인과 함께 신문 조서를 검토한 뒤 본인 진술과 다르게 기재됐거나, 취지가 다른 부분 등 수정이 필요한 부분을 고치고 서명·날인한다.
2017년 검찰 조사를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7시간 조서검토를 했을 때도 유난히 긴 검토 시간에 대한 해석이 분분했는데, 양 전 대법원장은 이보다 더 긴 시간을 쏟고 있어 '특혜'라는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11일 첫 검찰 소환 조사 때 작성된 조서검토에도 13시간을 할애했다. 심야 조사를 가급적 지양한다는 방침을 세운 검찰이 자정 전에 조서 열람을 끊고 양 전 대법원장을 돌려보내자 이튿날인 12일 자진 출석해 10시간 동안 1차 조사에 따른 조서 검토를 마쳤다.
이에 대해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 출신 변호사는 "양 전 대법원장으로서는 구속영장 청구와 기소가 예정된 상황에서 검찰의 질문에 대한 설득력 있는 답을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며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진술하지 않았으면서도 조서를 오래 읽는다면 질문을 통해 수사팀이 가지고 있는 패를 추론해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양 전 대법원장이 조서검토에 오랜 시간을 쓰면서 두세 차례 소환으로 조사를 마무리 짓겠다는 검찰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검찰은 이번 주 안으로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었으나 조서검토가 길어지면서 신병처리 결정은 다음 주 초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을 조사하면서 강제징용 사건 재판에 정부가 대법원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한 구체적인 과정이 담긴 김규현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의 업무수첩을 증거자료로 제시했다.
검찰이 김 전 수석으로부터 임의 제출받은 10여 권의 업무수첩엔 청와대와 외교부가 징용 재판 결과를 바꿀 목적으로 법원행정처와 협의를 진행하는 과정에 관한 구체적이고 내용이 기술됐다.
특히 수첩엔 강제징용 피해자에 배상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올 경우 '나라 망신', '국격 손상'이 될 것이니 잘 대처하라는 취지의 박근혜 전 대통령 지시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 지시에 따라 청와대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고, 법원행정처가 이런 요구에 부응했다는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이 일제 강제징용 소송을 지연시키고 일본 전범 기업에 배상책임이 없다는 쪽으로 기존 대법원판결을 뒤집는 데 직접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는 가운데 검찰은 김 전 수석의 업무수첩이 '재판 거래' 의혹을 입증할 핵심 물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cho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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