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총리, 16일 불신임투표서 살아남아 21일 '플랜 B' 제시할 듯
다양한 시나리오 속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 커져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브렉시트(Brexit) 합의안에 대한 영국 하원의 승인투표가 예상대로 큰 표 차이로 부결되면서 테리사 메이 정부의 참패로 끝났다.
당장 야당인 노동당이 메이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하면서 16일(현지시간) 이를 놓고 표결이 진행되는 등 영국 사회가 새로운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영국 언론들은 메이 총리가 불신임투표에서 살아남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그 이후 상황은 한결같이 예측이 쉽지 않은 안갯속으로 보고 있다.
브렉시트 합의안 부결…대혼돈의 영국 어디로 / 연합뉴스 (Yonhapnews)
◇합의안 부결 후폭풍…불신임투표와 '플랜 B'
브렉시트 합의안이 15일 부결되면서 가장 먼저 이를 이끈 메이 총리가 시험대에 섰다.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하원은 그녀의 합의안에 대해 심판을 내렸다"며 메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했고, 하원은 16일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다.
야당의 불신임안 제출 직후 집권 보수당 내 유럽회의론자 모임인 '유럽연구단체'(ERG)와 사실상 보수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민주연합당(DUP), 메이 총리와 각을 세운 브렉시트 강경파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은 한 목소리로 메이 총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야당에 정권을 내줄 수 없다는 데 뜻을 모은 셈이다.
이에 따라 현 단계에서는 노동당이 희망하는 메이 정부 불신임 후 조기 총선 가능성은 성공하기 어려운 것으로 가디언은 전했다.
치욕적인 패배를 한 메이 총리는 불신임투표의 위기를 넘긴다면 "하원의 지지 확보를 위해 필요한 것을 확인하고자" 각 당 지도부를 만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메이 총리는 또 각 정당과의 논의를 통해 의회의 충분한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방안이 도출되면 유럽연합(EU)과 논의하겠다고 밝혀 당장 EU로 갈 계획은 없다는 뜻을 전했다.
정부는 투표 부결일로부터 3 개회일 이내에 이른바 '플랜 B'를 제시하게 되어 있는 만큼 오는 21일 이를 내놓을 예정이다.
플랜 B가 나오는 대로 각 정파나 의원들이 저마다 생각하는 대안을 제시하면서 브렉시트를 둘러싼 논의가 다시 한층 활발해질 전망이다.
◇가능한 시나리오들…'노딜' 브렉시트 유력
브렉시트 합의안이 부결된 뒤 향후 가능한 방안들이 여럿 거론되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은 '노딜'(No Deal) 브렉시트다.
경제를 포함한 사회 각 부분에 큰 충격을 줄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유력한 대안이 없는 데다 짧은 시간 관계상 가능한 시나리오로 꼽히고 있다.
메이 정부도 내부적으로 노딜 브렉시트를 준비하는 것으로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다.
영국 정부는 EU와의 재협상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안에 반대하며 외무장관직을 던진 존슨 전 런던시장은 메이 총리가 EU와 다시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국민투표안도 가능하다. 메이 총리는 나라를 분열시키고 민주주의에 어긋난 것이라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노동당은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제2 국민투표는 물리적으로 EU 자동 탈퇴 일인 오는 3월 29일까지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탈퇴 공식 통보 2년 후 자동 탈퇴를 규정하고 있는 리스본조약 50조에 대한 논의를 통해 탈퇴 연기가 필요하다.
이밖에 메이 총리는 소속당 내 정파와 야당, EU와의 협의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돌파구 마련을 위해 조기총선을 요구할 수도 있다.
또 의원들 사이에 메이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이 새로 제기될 수도 있다고 BBC 방송은 전했다.
이처럼 복잡한 사정 속에 70여일 앞으로 다가온 브렉시트 시행이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일간 가디언은 브렉시트 합의안이 부결될 경우 EU가 브렉시트 시기를 최소한 7월까지 미루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브렉시트는 어떻게 나왔나
브렉시트는 영국인들의 반(反)EU 정서가 증폭되면서 대두됐다. EU 회원국에서 영국으로 이주해 온 사람 중 실업자가 크게 늘고 이들도 영국의 사회보장 혜택을 누리는 떼 따른 불만이 커진 탓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증한 실업자는 특히 영국에서 실업 수당을 신청할 때 국적을 기록하지 않기 때문에 영국 정부는 이민자에게 어느 정도의 복지 비용을 지급하는지 파악조차 제대로 못 할 지경이었다.
결국 영국이 동유럽 출신 EU 이주민들에 대한 복지를 규제하려다 다른 회원국과 마찰을 빚는 가운데 EU에 대한 분담금 부담이 커지면서 영국 내 반EU 여론은 되돌릴 수 없게 됐다.
지난 2015년 당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그해 총선에서 승리하면 EU 탈퇴를 놓고 국민투표를 할 것이라고 선언했고 이듬해 실시된 국민투표는 영국을 브렉시트의 길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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