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한동안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하던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반군 탈레반 간의 평화협상 관련 논의가 삐걱거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탈레반은 15일 미국이 군대 철수 요구 등과 같은 주요 이슈를 계속 외면하면 회담을 전면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현지 톨로뉴스 등이 16일 보도했다.
탈레반은 공식 성명을 통해 "미국은 진실한 의도를 갖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외신들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아프간 주둔 미군 병력 1만4천여명 중 수천 명을 복귀시키는 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지만, 아직 관련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으며 탈레반과의 회담에서도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은 그간 미군을 포함한 외국 군대의 완전한 철수를 요구해왔다.
특히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와 직접 협상을 유도하는 듯한 미국의 태도에도 불만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가 미국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며 미국과 직접 대화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그동안 미국은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 간 만남을 주선하며 뒤로 빠졌다가 지난해부터 탈레반과 직접 대화에 나서면서 공식 평화협상 추진을 위한 여러 회담이 마련됐다.
지난해 7월에는 앨리스 웰스 미국 국무부 남·중앙아시아 수석 부차관보를 앞세운 미 대표단이 탈레반 측 대표 6명과 극비리에 만났다.
이어 잘메이 할릴자드 아프간 주재 미국 특사도 지난해 10월과 11월 카타르 도하에서 탈레반 대표단과 잇달아 회동, 평화협상 동력 확보에 나섰다.
할릴자드 특사는 지난해 12월에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탈레반과 만난 뒤 "탈레반 대표와 3개월간 휴전하는 안을 논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이 아프간 정부를 회담장에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탈레반이 거부감을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아울러 탈레반은 테러 공세도 강화하는 양상이다.
탈레반은 지난 14일 아프간 수도 카불 외국인 근로자 거주지에서 차량 폭탄 테러가 발생한 뒤 배후를 자처했다.
이 테러로 보안요원과 민간인 등 최소 5명이 사망하고 110여명이 다쳤다.
이런 와중에 할릴자드 특사는 15일 카불에 도착,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 등과 만나 평화협상 추진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할릴자드 특사는 이번 아프간 방문 직전 인도, UAE, 중국 등에 들러 평화협상 추진과 관련한 공감대를 마련했다.
아프간에서는 2001년 미국의 공격으로 탈레반 정권이 축출된 이후 정부군·나토 연합군과 탈레반 간 내전이 이어졌다.
이후 미국과 탈레반은 포로-죄수 맞교환, 아프간 문제 논의를 위한 카타르 정치사무소 개설 등 평화 정착을 위해 여러 방안을 시도했지만, 고비 때마다 이견이 불거지면서 뚜렷한 진전을 거두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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