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서적 표절반대' 측 "학술서·논문 등 모두 제보할 것"
서울대 "본인 검증 요청 전례없어…제보 들어오면 규정따라"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학술서와 연구 논문등에서 표절 의혹이 불거진 배철현 전(前)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가 원장직을 맡고 있던 인문학 아카데미 '건명원'에서 직무가 정지됐다.
재단법인 두양문화재단의 건명원은 16일 홈페이지를 통해 "배철현 전 서울대 교수의 건명원 원장직과 강사의 직무를 정지한다"고 밝혔다.
건명원 측은 배 전 교수의 표절 의혹과 관련해 "저서와 논문에 관한 의혹이 밝혀질 때까지 판명을 유보한다"고 입장을 내놓았다.
건명원은 지난 2014년 설립된 인문학 아카데미로, 배 전 교수는 설립 초기부터 운영위원으로 참여한 데 이어 올해 1월부터 2대 원장을 맡고 있었다.
배 전 교수는 한국 인문학계의 '슈퍼스타'로 손꼽혔지만, 현직 서울대 교수이던 지난해 12월 초부터 페이스북 그룹 '신학서적 표절반대' 그룹 등을 통해 저서와 논문 표절 의혹이 잇달아 제기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배 전 교수는 의혹이 제기된지 약 한달만인 작년 말 서울대에 사표를 냈고, 서울대는 지난 9일 어떠한 의혹도 조사하지 않은 채 사표를 수리해 '면죄부 주기' 비판이 일었다.
이에 앞서 배 전 교수의 학술서들을 냈던 사단법인 한님성서연구소는 배 전 교수가 집필한 『타르굼 옹켈로스 창세기』, 『유다인의 토라 - 타르굼 옹켈로스 창세기』, 『타르굼 아람어 문법』 등 3권을 절판시켰다.
건명원과 한님성서연구소는 표절 의혹에 대한 판정을 서울대 측에 맡기겠다는 입장이어서, 의혹에 대한 정식 검증 절차가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배 전 교수의 표절 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이성하 원주 가현침례교회 목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배철현 (전) 교수에 대해 제보하겠다"며 정식 절차를 밟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배 전 교수가 전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표절 검증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정식 절차를 거쳐 서울대가 표절 의혹을 판단토록 하겠다는 취지다.
이 목사는 "별도의 기한 없이 공식적으로 제보하면 서울대에서 받아주겠다고 했다"면서 "『타르굼 옹켈로스 창세기』를 포함해 문제가 된 논문도 함께 정리해 제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대가 나서 모든 의혹을 검증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않았다"면서 "문제가 되는 책, 표절한 대상 등을 정리해 빠른 시일 내에 자료를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연구진실위원회 규정 등에 따르면 표절 등 연구부정행위의 조사는 제보접수→예비조사→본조사→조사결과 조치 등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배 전 교수의 표절 의혹 관련 제보가 위원회에 정식으로 접수된다면, 위원회는 제보의 내용과 진실성을 판단한 뒤 예비조사 착수 여부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규정 등에 따라 제보가 들어오면 예비 조사 등을 진행할 지 여부를 연구진실성위원회가 결정할 것"이라면서 "현재까지 제보된 내용은 없다"고 설명했다.
배 전 교수 스스로 검증을 요청할 수 있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규정상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연구진실성위원회의 취지를 생각하면 어려운 일"이라며 "전례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식 절차를 통해 연구진실성위원회가 나선다 하더라도 문제가 된 의혹 중 학술서 『타르굼 옹켈로스 창세기』에 대한 검증은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대학교 연구진실성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위원회의 검증은 제보가 이뤄졌을 당시 학교에 소속된 교원·연구원·대학원생 및 대학원 연구생 등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만약 피조사자가 학교를 떠난 경우에는 '소속 당시 또는 인건비 지원 당시의 연구부정행위등이 공익상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연구진실성 확보를 위하여 중요한 사안이라고 인정하여 위원회가 조사 개시를 결정한 경우'로만 범위가 규정돼 있다.
서울대 관계자는 "최종 판단은 연구진실성위원회가 열린 뒤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ye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