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곳 중 10곳 적자…막대한 시설투자에도 이용객 감소
"수요예측 실패·교통여건 변화…재정 지원은 미봉책"
(전국종합=연합뉴스) 포화상태로 숨이 막힐 지경인 메이저 공항과는 달리 대부분의 지방공항은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해 애물단지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영진(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한국공항공사로부터 제출받아 발표한 '지방공항별 당기순이익' 자료에 따르면 전국 14개 지방공항 중 10개 공항이 최근 5년간 적자경영에 시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 울산, 청주, 양양, 여수, 사천, 포항, 군산, 원주, 무안공항 등이다.
2017년 기준으로 흑자를 본 공항은 김포, 김해, 제주, 대구공항 등 4곳에 불과했다.
김 의원이 발표한 '지방공항별 당기순이익' 자료와 한국공항공사의 공항별 항공통계 자료를 종합해 보면 청주, 무안, 양양, 울산, 여수, 군산공항 등은 적자공항 가운데서도 사정이 더욱 어렵다.
◇ 적자 늪에서 허우적…시름 깊은 '마이너 공항'
1997년 4월 개항한 청주공항은 개항 19년 만인 2016년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2017년 57억6천600만원의 적자를 내면서 다시 적자의 늪에 빠졌다.
적자 발생은 공항시설 투자가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적자 발생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해는 주차빌딩 신축에 325억원이 투입됐고 올해는 국내선 여객터미널 증축에 464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여객도 2016년 개항 이후 최대치인 273만2천755명을 기록했으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된서리를 맞은 2017년 257만1천551명으로 16만1천204명(5.9%)이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는 245만3천596명으로 11만7천955명(4.6%)이 감소하는 등 중국발 여파를 벗어나지 못했다.
1992년 12월 개항한 군산공항도 개항 이후 해마다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2013년 21억5천900만원이었던 적자는 2017년 27억1천만원으로 늘어났다.
1997년 45만6천926명에 달했던 여객도 2008년에는 9만9천669명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한때 잘나갔던 울산공항도 여객이 감소하며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1997년 169만1천279명에 달했던 울산공항 여객은 2014년 45만7천60명까지 떨어진 후 2015년부터 소폭 증가하기 시작해 지난해는 81만7천341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울산공항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 연속 전국 14개 공항 가운데 적자공항 1위를 차지했다.
적자 규모는 2013년 92억3천600만원, 2014년 99억7천300만원, 2015년 114억8천300만원, 2016년 116억5천만원, 2017년 116억1천200만원에 달했다.
무안공항 역시 2017년 139억900만원의 적자를 기록해 전국 14개 공항 중 적자 폭이 가장 컸다
여수공항도 비슷하다.
2013년 88억2천100만원에서 2017년 128억2천500만원 등으로 5년 만에 적자가 38.8%나 증가했다.
여수공항은 KTX 개통으로 이용객 수가 매년 줄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양양공항 또한 상황이 심각하다.
영동권 허브공항을 목표로 2002년 개항한 양양공항 건설에는 3천567억원이라는 막대한 돈이 투입됐다.
하지만 여객감소로 침체의 늪에 빠지면서 2017년 적자는 118억5천700만원에 달했다.
◇ 지역거점 항공사 설립 추진…자치단체·공항 안간힘
이처럼 지방공항들의 적자가 누적되자 침체의 늪에서 탈출하기 위한 지방자치단체와 공항들의 몸부림도 치열하다.
울산시는 2011년 울산공항 활성화를 위한 조례를 마련한 뒤 2016년부터 재정지원을 하고 있다.
울산시는 2016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 등 2개 항공사에 운항 손실금 1억8천300만원을 지원했다.
올해는 손실금 지원 규모를 2억원으로 늘렸다.
여수와 순천, 광양 등 광양만권 3개 자치단체는 여수공항 활성화를 위한 지역항공사 설립에 필요한 타당성 조사 용역을 진행하기로 했다.
광주광역시와 전남도는 2021년까지 광주공항을 무안공항으로 통합하기로 했다.
강원도와 충북도는 양양공항과 청주공항을 모기지로 저비용항공사(LCC) 항공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
양양공항을 모기지로 하는 플라이강원과 청주공항을 모기지로 하는 에어로K(여객)와 가디언즈항공(화물)은 현재 국토교통부에 항공운송사업면허를 신청한 상태다.
강원도와 충북도는 이들 항공사의 면허가 발급되면 공항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온힘을 쏟고 있다.
강원도는 "플라이강원 설립만이 양양공항을 살리는 길"이라며 "면허가 반려되면 그동안 양양공항에 해왔던 모든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이다.
강원도는 양양공항 개항 이후 지금까지 181개 노선, 2만4천755편을 직접 유치하면서 도비와 군비 등 220억원을 투입했다.
한국공항공사도 공항 주변 지역 자치단체와 손잡고 다양한 여행상품 개발에 나서는 한편 청주와 무안, 양양공항 등 지방공항 활성화와 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중국과 베트남 현지 유명연예인이 한국을 여행하는 영상을 제작해 이를 현지 TV와 SNS 채널을 통해 송출하는 등 힘을 보태고 있다.
김효중 가톨릭관동대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지방공항들이 적자를 내는 것은 이용객이 없기 때문"이라며 "공항건설 당시 수요예측을 잘못했거나 공항건설 이후 변화한 주변 교통여건이 가장 큰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치단체들이 지방공항 활성화를 위해 재정지원 등 많은 지원을 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이는 미봉책일 수 있다"며 "지방공항을 모기지로 하는 항공사 설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기존 LCC 등을 중심으로 항공사 간 과당경쟁으로 인한 출혈경쟁과 그에 따른 수익성 악화, 신규 사업자의 재무안전성 문제, 수요 확보의 불확실성, 전문 항공인력 부족 등을 들어 새로운 항공사의 시장 진입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국토부는 플라이강원과 에어로K, 에어프레미아, 에어필립 등 항공사가 낸 사업계획서를 심사 중이며 올해 1분기 안에 최종 심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최영수 심규석 장영은 박철홍 이종건 기자)
mom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