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신청안 원안 승인…리딩뱅크 경쟁 격화 예고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박의래 기자 = 금융당국이 오렌지라이프[079440](옛 ING생명) 인수를 승인함에 따라 신한금융그룹이 1등 금융그룹 타이틀을 탈환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다만 우리금융이 4년 2개월 만에 지주사 체제로 복귀하면서 1등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을 표방하고, KB금융그룹도 역시 인수·합병(M&A)을 통한 확장 전략을 모색하고 있어 리딩뱅크 경쟁은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16일 정례 금융위 회의를 열고 신한금융지주[055550]가 신청한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자회사 편입 안건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금융위는 신한금융의 사업계획과 자금조달방법, 경영관리의 적정성 등을 검토한 결과 자회사 편입을 최종 승인했다.
신한금융이 인수 계약을 체결한 지 4개월 만에 절차를 종료한 것이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9월 오렌지라이프 지분 59.15%를 주당 4만7천400원, 약 2조3천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라이프투자유한회사와 체결한 바 있다. 신한금융은 이를 토대로 11월에 오렌지라이프를 자회사로 편입하겠다고 금융위에 신청했다.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를 14번째 자회사로 편입함에 따라 비(非)은행 부문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오렌지라이프의 자산 규모는 지난해 3분기말 기준 32조3천461억원으로 업계 6위 규모의 생명보험회사다. 기존 신한생명의 자산 31조2천110억원을 더하면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업계 '빅3' 다음으로 농협생명과 4위를 다투게 된다.
오렌지라이프의 지급여력(RBC) 비율은 438.06%로 업계 최선두권이다. 향후 신한생명과 합치게 되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한 자본확충 부담을 덜 수 있다.
오렌지라이프가 설계사가 중심이고 영업망이 주로 서울에 있다면, 신한생명은 설계사뿐 아니라 텔레마케팅(TM), 방카슈랑스 등 영업 채널이 분산돼 있고 영업조직은 경기 지역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뻗쳐 있어 양사 협력으로 시너지를 볼 여지가 적지 않다.
신한금융그룹으로서는 오렌지라이프가 1등 금융그룹이라는 타이틀을 다시 가져올 디딤돌이기도 하다.
신한금융은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9년간 차지했던 1위 자리를 2017년 KB금융[105560]에 내줬다. 지난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KB금융의 당기순이익은 2조8천688억원, 신한금융은 2조6천434억원이다.
오렌지라이프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2천651억원이므로 이를 단순하게 더하면 신한금융의 순이익이 KB금융을 앞지르게 된다.
자산 규모로도 신한금융이 KB금융을 추월한다. 지난해 3분기말 연결기준으로 KB금융의 총자산은 477조7천억원이다.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 자산 32조3천억원을 더한 총자산이 490조원으로 KB금융을 넘어선다.
신한금융은 일정기간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생명을 이른바 '듀얼' 체제로 운영해 각사 고유의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그룹 편입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오렌지라이프의 차별적 역량을 보존하고 양사의 제도·문화적 차이를 축소하면서 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이례적으로 피인수 회사의 최고경영자인 정문국 사장을 신한생명의 차기 사장으로 내정한 점도 이를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오렌지라이프가 신한생명보다 효율성이 높아 오렌지라이프의 문화를 신한생명에 '이식'시켜 향후 양사 합병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양사는 자산 규모는 엇비슷하지만 신한생명의 순이익은 지난해 3분기 누적기준으로 1천224억원으로 오렌지라이프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신한생명 노동조합의 반발은 신한금융이 풀어야 할 숙제다. 신한생명 노조는 정문국 사장 내정자가 이전 회사의 대표로 있을 때 "구조조정을 진행해 파업을 유발한" 전력을 문제 삼고 있다.
향후 잔여 지분 확보도 남은 과제다. 신한금융은 주요 자회사를 100% 자회사로 두고 있다. 잔여 지분을 인수한 후 합병 수순을 밟는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오렌지라이프라는 훌륭한 기업을 그룹의 새 식구로 맞이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라며 "그룹의 2020 스마트 프로젝트의 지속적인 추진을 통해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를 기반으로 보험업계의 판도를 새롭게 바꿔 업계 톱3로 도약해 나가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KB금융 등 주요 금융그룹은 자산 확대를 예고하고 있어 리딩뱅크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국내 인수·합병(M&A) 및 글로벌 사업 확대를 통해 사업을 확장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최근 출범한 우리금융지주 역시 증권이나 자산운용, 부동산 신탁사 M&A에 관심이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2∼3년 내에 1등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고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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